남성은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 여성의 상태를 남성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면 이를 준강간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송경호 부장판사)는 술에 취한 여성을 모텔로 데려가 간음한 혐의(준강간)로 기소된 윤모(23) 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도 함께 명령했다.
윤씨는 지난 6월 22일 오전 2시 30분에서 3시 사이 대전시 서구 용문동의 한 모텔에서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A(24·여) 씨를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사건 전날 오후 11시쯤 단 둘이 만나 모텔에 들어가기 전까지 주량을 넘는 소주를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윤씨는 "A 씨의 동의하에 모텔에 들어갔고 스스로 바지의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렸기 때문에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또 "A 씨가 술에 취한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이를 이용해 간음하겠다는 고의 또한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윤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A 씨가)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윤씨의 주장에 대해 "모텔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는 부축을 받으면서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피고인에게 의지해 모텔 안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또 "모텔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피해자 진술 등을 종합해보면 당시 피해자는 주취 상태로 정상적인 자기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밝혔다.
"스스로 옷을 벗는 등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생각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모텔에 가자는 제안에 소극적으로 동의했거나 바지의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리는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주취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의 이런 행동이 술에 취해 성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 아님을 (피고인이) 알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