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차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된 충북 청주시 강내면에 사는 이순규(84) 할머니. 이 할머니는 요즘 남편 없이 살아온 지난 65년의 세월을 곱씹으며 만감에 사로 잡혀 있다.
1950년 7월 이 할머니는 결혼 7개월 만에 남편 오인세씨와 생이별을 했다. 동네 이웃이 열흘 동안 훈련을 다녀와야 한다며 데려간 것이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남편과의 마지막이었다.
꽃다운 스무살의 어린 나이에 뱃속에 아이까지 가진 채 과부가 된 이 할머니는 홀로 전국을 떠돌며 삯바느질과 농삿일로 가장 노릇까지 해야 했다.
이 할머니는 "아들을 홀로 낳고 키우며 힘들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남편이 뼈에 사무치게 그리웠다"며 "백방으로 남편을 찾으러 다녔지만 아무런 소식조차 들을 수 없었다"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그리움에 지쳐 찾기를 포기하고 남편이 꿈에 나타난 8월 3일을 제삿날로 정해 지내온 세월만 벌써 37년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3년 전에 이산가족 상봉도 신청해 봤지만 역시 소식은 없었다. 그러나 무려 65년 만에 남편이 북에서 최근 가족을 찾고 있다는 기적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이 할머니는 "너무 오래 기다렸던 일이라 아직까지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며 "기어서라도 남편을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꿈에 그리던 아버지를 직접 불러 볼 수 있게 된 오장균(65)씨도 감격의 눈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 씨는 "아버지라는 세 글자를 불러보는게 평생의 소원이었다"며 "아버지를 만나면 일단 큰 절을 드리고, 마음껏 안고 울어보고 싶다"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아버지가 집을 떠나고 5개월 뒤 태어나 자신의 얼굴조차 전혀 알지 못할 아버지지만 그동안 오 씨에게 아버지는 그리움의 또다른 이름이었다.
며느리 이옥란(65)씨는 "쓰지 않는 물건인데도 몇 시간씩 아버님 놋그릇을 닦는 남편을 말리기도 했다"며 "얼마나 그리우면 저럴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순규 할머니와 아들 내외 등은 오는 20일 오 씨를 만나러 북한 금강산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