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논현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제 캐릭터의 분량에 연연하지 않고 드라마의 전체적인 느낌을 봤기에 가능했던 선택"이라고 전했다.
"한도준은 결핍이 많은 캐릭터예요. 초반에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분량도 많지 않았죠. 사실 그 짧은 시간 안에 한도준을 표현해야 하는 점이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드라마의 전체적인 느낌을 봤고, 한도준의 결핍을 냉혹함으로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극중 한도준은 조현재가 맡은 첫 악역이다. 배우로서 연기 영역을 넓히려 애써 온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던 셈이다.
"센 캐릭터를 늘 하고 싶었죠. 첫 악역에 대한 설렘도 컸어요. 저만의 악역을 표현해 봐야겠다는 마음이었죠. 제 인상이 선하다고들 하지만, 그 안에서 냉혹한 감정을 내보이면 더욱 효과가 클 것으로 봤죠. 자신감이 있었어요. 차가운 눈빛을 보여드리는 데 포커스를 맞춘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현재는 한도준 캐릭터에 대해 "권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과 심적 불안을 늘 안고 사는 인물"이라고 했다.
"극중 한도준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저지르는 이유도 결핍에서 찾을 수 있다고 여겼어요. 그러한 불안감에서 오는 섬세한 떨림을 눈빛, 표정으로 드러내려 했죠. 한도준 역을 맡게 된 뒤 작가님을 찾아가 몹시 귀찮게 했어요. 캐릭터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필요했거든요. 그런 적도 처음이었죠. (웃음) 그렇게나마 한도준의 내막을 알고는 보다 깊이 몰입할 수 있었어요."
조현재는 올해로 배우 생활 16년차다. 어느덧 나이도 30대 중반을 넘겼다. 그는 자신의 20대에 대해 "많이 부족했고, 이리저리 끌려다닌 느낌도 있다"고 회상했다.
"20대 초반에 주연급으로 시작했으니 이른 감이 있었어요. 아직 많이 부족한데 빨리 시작한다는 느낌이랄까요. 지금보다 지혜도 부족했고요. 거침 없이 달렸죠. 일이 끊이지 않았어요. 제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 채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려다닌 느낌도 있어요. 작품 선택도 마찬가지였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제 입장도 중요했으니 일을 끊임없이 했죠."
"지금 돌이켜보면 중학교 때 영상 매체 쪽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미래에 대한 판단을 일찍 했던 일로 다가와요. 그런 선택을 했던 제가 신기하기도 해요. (웃음) 정말 냉정하게 스스로 길을 찾고 싶어서 중학교까지만 다녔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이런 일 저런 일 하면서 오디션을 봤죠."
이 과정에서 그는 에이전트를 만났고, 자연스레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그 뒤로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공부했죠. 지금도 생계는 배우 생활을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20대 때보다 정신적인 여유가 생겨서인지 일에 대한 애착, 소중함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한 번 보고 넘어갈 것을 지금은 열 번은 되짚어보게 됐죠."
조현재는 현재 차기작을 고르고 있다. "이번에도 극의 전체적인 느낌을 보고 선택하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차기작은 계속 논의 중인데, 잘 골라야 한다는 마음이 큽니다. 캐릭터의 세부적인 면들에 대한 고민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극의 느낌을 먼저 보고 결정할 생각입니다. 그런 기회가 앞으로 많았으면 해요."
그는 "용팔이의 한도준 역처럼 다양한 역할에 대한 도전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로부터 '조현재가 나오는 작품은 재밌더라'라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고 소망입니다. 극중 제 모습이 가볍게 지나치더라도 '재밌지 않을까'라는 믿음을 주는 배우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비중보다는 극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는 태도를 유지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