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총대를 맨 교육부는, 정부 여당의 국정화 방침이 확정되는 대로 곧바로 고시 절차를 밟으며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김재춘 차관은 불과 6년 전인 지난 2009년 영남대 대학교수 시절엔 국정화를 반대했다.
그는 이때 자신이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교과서 검정체제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국정 교과서는 독재국가나 후진국가에서만 주로 사용되는 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정화가 최종 결정될 경우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책임을 맡아야 하는 국사편찬위원회의 김정배 위원장도 마찬가지.
김 위원장은 박정희 유신체제 아래에서 처음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불붙던 때, 1973년 6월 25일자 동아일보 기고를 통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사가 획일적으로 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선을 그은 그는 "획일적인 역사란 있을 수 없다"면서 "역사연구의 중요성이 사건의 단순한 기술보다 올바른 이해와 해석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학의 발달에 따라, 사료의 개발에 따라 역사 내용 자체도 달라질 수 있는 마당에 다양성을 말살하고 획일성만을 찾으려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과서 국정화 반대론자들의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새누리당 역시 과거로부터의 모순에서 자유롭지 않다.
새누리당의 정책 연구기관인 여의도연구원은 2013년 11월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과 해법'이라는 제목의 정책리포트에서 "국정제는 하나의 관점만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또 "국정제를 채택하는 나라는 권위주의 내지 독재국가이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자유발행제나 인정제가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들이 상부의 지침을 받거나 자리에 따라, 학자나 연구자로서의 신념도 저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13일 교육문화분야 업무보고에서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많은 사실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 있는데, 이런 게 있어선 안된다"며 "교육부는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 않도록 이번 기회에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 개발 등 제도 개선책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