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F 평가에서 대한민국 경쟁력 약화의 주범으로 사실상 금융 부문이 지목되자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발끈한 것이다.
올해 WEF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와 같은 26위를 유지했지만, 금융 부문은 87위로 2014년보다 7단계나 추락했다.
금융 부문은 국가경쟁력 상승의 또 다른 걸림돌로 지적돼 온 노동 부문이 올해 83위로 지난해보다 3단계 상승하면서 전체 12개 부문 가운데 절대 순위 꼴찌 덤터기까지 썼다.
특히 WEF 평가 결과를 보면 '한국 금융 서비스 수준이 아프리카만도 못하다'는 말을 그저 우스갯소리로만 치부할 수 없을 지경이다.
르완다의 금융 부문 순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28위였고, 나이지리아(79위)와 우간다(81위)도 우리나라보다 앞자리를 차지했다.
금융위원회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WEF 평가는 자국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 위주로 만족도 조사 성격이 높고 국가 간 객관적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일에도 금융위원회는 임종룡 위원장 기자간담회 참고 자료를 통해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임종룡 위원장도 "금융 경쟁력이 우리나라 전체 경쟁력보다 뒤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외부 기관에 의해 실제보다 비합리적으로 평가되는 건 옳지 않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생각은 임 위원장 그리고 금융위원회와는 영 딴판인 모양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WEF 국가경쟁력 순위를 거론했다.
박 대통령은 "금융과 노동 부문이 우리나라 종합순위를 끌어내리고 있고, 이 두 부문이 4대 개혁 중에서도 중요한 두 가지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불과 며칠 전 금융위원회가 임종룡 위원장까지 나서 WEF 금융 부문 평가의 비합리성을 주장했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WEF 평가 결과에 한껏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금융위원장이 직접 대통령을 만나 WEF 평가의 문제점을 설명해야 할까?
아니면, 비합리적이건 말건 금융위원회는 대통령이 중시하는 WEF 순위 끌어올리기에 매진해야 하나?
금융위원회 처지가 참 딱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