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갈 팀이 가는데, 왜 아쉬움이 남을까

'아쉽고 또 아쉬우며, 그래도 아쉽지 않나 싶어요' 올 시즌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펼치다 SK에 밀려 포스트시즌 진출이 무산된 한화 김성근(왼쪽부터), KIA 김기태, 롯데 이종운 감독.(자료사진=한화, KIA, 롯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할 팀이 모두 결정됐다. 마지막 경기까지 오리무중이었던 3~5위가 4일 경기를 끝으로 제 자리를 찾았다. 10개 팀 중의 절반씩 희비가 엇갈렸다.


4일 두산이 잠실 홈에서 KIA에 9-0 대승을 거두며 3위를 확정했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PO)에 직행하며 한숨을 돌렸다. 이날 두산이 지면 3위가 될 수 있었던 넥센은 0.5경기 차 4위가 되면서 5위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준PO행을 다툰다.

KIA는 이날 지면서 실낱같던 가을야구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SK가 5위를 확정, 넥센과 WC 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2위를 확정한 NC가 PO에 직행, 준PO 승자를 기다리고, 한국시리즈(KS)에 직행한 삼성은 느긋하게 PO에서 누가 이길지 살펴본다.

시즌 전 전문가들의 예상에서 순위는 다소 다르나 PS에 올라갈 만한 팀들이 올라갔다는 평가다. 개막을 앞두고 삼성은 올해도 공수 안정된 전력으로 강력한 우승후보였고, 두터운 선수층의 SK와 두산은 삼성의 대항마로 꼽혔다. 지난해 MVP 서건창과 홈런-타점왕 박병호가 건재한 넥센은 강정호(피츠버그)가 빠졌어도 가을야구는 충분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NC의 괄목상대한 성장은 적잖게 예상을 빗나간 점이었다. NC는 지난해 정규리그 3위로 PS에 나섰지만 올해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외국인 선수 4명 보유, 3명 출전이라는 신생팀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까닭이었다. 그러나 2013년 1군에 합류한 NC는 지난 2년 동안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쟁쟁한 팀들을 제치고 삼성과 막판까지 1위 싸움을 할 정도로 성장했다.

반대로 그런 면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는 팀들이 있다. 가을야구를 할 만한 능력과 기회가 충분히 있었지만 무산된 팀들이다. PS에 오른 팀들 중 적어도 하나는 제치고 오를 수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들로 오히려 주저앉았다.

▲한화, 무리의 연속은 혹사로 남았다

'내년을 기약하며' 김성근 감독을 비롯한 한화 선수단이 지난 2일 LG와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를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자료사진=한화)
가장 회한이 몰려올 팀은 한화다. 전반기까지 5위를 달리며 8년 만의 PS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지만 후반기 거짓말처럼 몰락하며 가을야구의 꿈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사실 한화는 올해 최고 화제의 팀이었다. 지난 시즌 뒤 야신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면서 혹독한 마무리 훈련으로 이미 주목을 받은 한화였다. 지옥의 스프링캠프와 함께 한화는 시즌 초중반까지 잇딴 극적인 역전승으로 KBO 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근 6년 동안 5번이나 최하위에 머문 한화의 짜릿한 반전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계속되는 접전에 선수들은 물론 팬들에게까지 피로감이 몰려왔다. '불꽃남자'로 각광받은 필승조 권혁이 후반기 흔들렸고, 불혹의 박정진과 마무리 윤규진 등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전반기 한화를 지탱했던 필승 계투진의 붕괴에 팬심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6~8점 크게 앞선 상황은 물론 뒤진 경기까지 필승조들이 투입되는, 무분별한 총력전에 뜨악하는 반응이 많아지더니 이들의 잇딴 구위 저하에 부상에 반발심이 들불처럼 번졌다.

한화는 시즌 후반 에스밀 로저스라는 거물급 투수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뉴욕 양키스 출신 현역 메이저리거인 로저스에게 70만 달러(약 7억 원)를 베팅했다. 로저스는 KBO 최초 데뷔 2경기 연속 완투승을 기록하는 괴력을 뽐냈다.

그러나 로저스도 한화의 가을야구를 이끌지는 못했다. 10경기 6승2패 평균자책점(ERA) 2.97의 준수한 성적이었지만 8월27일 NC전 첫 패(6이닝 3실점) 이후 10일 동안 1군에서 빠진 게 아쉬웠다. 당시 심판의 볼 판정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인 로저스는 석연찮은 이유에서 1군 명단에서 제외됐다. 가을야구 승부처에서 최대 2경기 에이스의 부재는 컸다.

▲엘-롯-기, 8년 만에 동반 PS 무산

'회장님, 죄송합니다' 롯데 이종운 감독(왼쪽)이 지난 9월11일 삼성과 홈 경기 관전에 나선 신동빈 그룹 회장(오른쪽)과 경기 전 악수를 나누는 모습.(자료사진=롯데)
8위가 확정된 롯데 역시 아쉬움이 남긴 매한가지다. 롯데도 가을야구에 대한 기회가 충분히 있었지만 스스로 무너지며 밥상을 걷어찬 형국이었다. 만약 PS에 나섰다면 지난해 겪은 선수단 불법 사찰 홍역을 어느 정도 씻어낼 수 있었지만 끝내 무산됐다.

8월 말까지만 해도 8위였던 롯데는 가을야구 희망이 크지 않아보였다. 8월을 3연패로 마치며 5위 한화에 3경기 차 뒤졌다.

그러나 이후 선전을 펼치며 5강 싸움에 불을 지폈다. 9월 첫 주 5승1무, 둘째 주 3승3패, 셋째 주 2승3패 등 5할 승률 이상의 호성적을 펼쳤다. 한화가 추락하면서 롯데는 2주 전까지 SK와 공동 5위를 이뤘다. 짐 아두치, 최준석, 손아섭 등 화력이 충분한 롯데는 분명 5강의 유력한 후보였다.

하지만 이후 5강 싸움의 분수령에서 거짓말처럼 추락했다. 22일 두산전부터 9월을 1승5패로 마쳤다. 특히 24일 더블헤더에서 두산에 충격의 2연패를 당한 게 컸다. 여기에 29, 30일 5강 경쟁자던 KIA에 연패하면서 5강 경쟁에서 가장 먼저 탈락하는 비운을 맛봤다. 수장의 경영 다툼으로 어수선한 그룹 분위기를 다잡을 기회도 사라졌다.

'이때는 좋았는데...' 지난 3월 28일 2015시즌 개막전에서 앞서 악수를 나누는 KIA 김기태(왼쪽), LG 양상문 감독.(자료사진=KIA)
KIA도 물론 아쉬움이 없지 않다. 지난해 사령탑 교체의 우여곡절을 겪은 KIA는 사실 5강 후보는 아니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의 끈끈한 형님 리더십과 성공적인 세대 교체로 선전하면서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 역시 없었던 게 아니었다.

하지만 전력의 열세는 어쩔 수 없었다. 브렛 필이라는 효자 용병이 있었지만 외국 투수들의 부진이 컸다. 스틴슨이 11승10패 ERA 4.93을 올리긴 했지만 퇴출 당한 험버(3승3패)의 구멍이 컸다. 대체 선수 에반(4승4홀드)이 분전했으나 다른 팀에 비해서는 용병 투수들이 빈약했다. 팀 타율 꼴찌(2할5푼1리)도 KIA의 발목을 잡은 요인이었다.

사실 9위 LG이야말로 앞선 세 팀들보다 더 유력한 5강 후보였다. 최근 두 시즌 연속 가을야구를 했던 LG였다. 특히 지난해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 홍역에도 양상문 감독의 지도 속에 PS에 나섰던 LG는 올해 NC 대신 PS팀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두 이병규, 이진영, 정성훈 등 베테랑들의 부진과 이런저런 음주 사고들로 흉흉한 시즌을 보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신생팀 케이티는 상대적으로 만족할 만한 데뷔 시즌을 치렀다. 전반기 한때 최악의 성적을 내기도 했지만 포수 장성우, 하준호 등을 데려온 트레이드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역대 신생팀 최다 52승 타이를 이룬 케이티는 5일 NC전에서 신기록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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