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딜러들이 앞다퉈 대규모로 수입차를 들여와 물량 공세를 벌였으나 폭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국내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림에 따라 막대한 재고를 처리할 길이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입차 재고량은 5만4천781대로 전년 동기(3만1천702대)에 비해 72.8%나 급증했다.
수입차 재고량은 2011년 7천774대를 기록한 이후 2012년 1만8천480대, 2013년 2만9천816대에 달했고 지난해 6만2천980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올해의 경우 8월까지 5만대를 훌쩍 넘어 이같은 추세면 연말까지 8만여대에 이를 전망이다.
수입차 재고 비율 또한 2011년 6.9%에 불과했지만 올해의 경우 8월까지 25.7%를 기록해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2012년 12.4%, 2013년 16.0%, 지난해 24.3%였다.
수입차 재고 비율이란 수입된 물량 중 판매되지 않고 재고로 남은 차량 비율을 말한다. 수입차 업체들이 그동안 재고가 꾸준히 늘었음에도 수입물량을 줄이지 않는 것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물량공세가 어느 정도 통했기 때문이다. '수입차는 비싸도 무조건 좋다'는 인식 속에 국내 소비자들이 대거 구매한 탓이다.
그러나 날개 돋친 듯 팔리던 수입차는 폭스바겐 사태를 맞으며 국내에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당사자인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판매 타격이 가장 크다. 아울러 수입차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되면서 메스세데스-벤츠, BMW 등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은 재고가 꾸준히 늘자 그동안 할인율을 높이면서 재고를 소진해왔는데 폭스바겐사태로 인해 잔뜩 위축돼 제대로 된 프로모션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수입차 업체 딜러는 "수입차를 보는 국내 고객들의 시선이 싸늘해진 상황에서 적극적인 광고나 판촉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 될 수 있어 조용한 판매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코리아의 경우 지난 9월 '스페셜 프로모션'을 통해 구매 고객에 제타 평생 엔진 오일 교환권, 무이자 할부 및 10만원대 유예 할부 혜택, 20만원 상당의 주유 할인 카드를 제공했으나 10월에는 악화된 대외 분위기를 고려해 프로모션을 중단했다.
아우디 또한 구매 고객 금융프로모션과 관련해 9월 이후 업데이트된 내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수입차 대리점들이 차량 판매보다는 A/S 및 할부 프로그램을 통해 이익을 내는 구조라는 점이다. 그동안 수입차 대리점끼리 물량 확보 경쟁을 벌였으나 수입차 판매가 주춤해짐에 따라 이제는 과도한 재고를 떨어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 셈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연비 조작 사태로 국내 수입차 판매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수입차의 재고 대수는 꾸준히 증가해 경영 압박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