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제특별기구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당내 이견 때문에 공천 룰을 다시 논의키 위해 제안된 일종의 '완충 장치'다.
그러나 이 기구에서 논의될 의제가 안심번호공천제, 전략공천 등 김 대표와 친박계가 각각 밀고 있는 공천 방식이어서 첨예한 논쟁이 불가피하다.
◇ 김무성, '박근혜식 공천'에 대한 반감…"전략공천 옳지 않고, 당원 참여 부적절"
공천 룰과 관련된 첫 번째 전선(戰線)은 후보자 경선 방식을 둘러싸고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당원 참여 여부와 비율에서 김 대표와 친박계는 인식이 첨예하게 갈린다.
김 대표는 지난 30일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당원을 대거 참여시키는 경선 방식에 회의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의원들과 원외의 경쟁자들이 총선 전 실시될 경선에서 유리하도록 각자의 지역구에서 모집하고 있는 당원 모집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모집 경쟁이 과열돼 금품수수 등 불법적인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 국민에 완전 개방하는 오픈프라이머리의 정신이 당원을 통한 경선보다 공정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친박계는 "김 대표의 주장이 타당하려면 현행 당헌·당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먼저 증명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내규에는 국민경선선거인단을 일반 국민 50%, 당원 50% 비율로 꾸려 현장 투표로 경선을 진행하되, 불가피할 경우 여론조사로 실시하게끔 돼 있다.
때문에 절충점이 당원의 참여 비율을 조정하는 선에서 찾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30~40% 선을 절충점으로 거론했다. 반면 다른 비박 의원은 "20% 이상은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친박계의 '당원 참여' 선호는 역사적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경선에서 패배했던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의 경우 "여론조사 비율을 확대했던 것이 패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반면 당권파이면서도 비주류인 비박계는 당원을 동원할 경우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의중)에 의한 오더(order·주문) 투표가 가능하다는 불신을 갖고 있다.
◇ 계파 승패 가를 바로미터는 '전략공천' 실시 여부
김무성 대표는 2일 노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전략공천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국민공천제의 정신만 지켜지면 무엇이든 수용하겠다"고 했고, '수용'의 대상 중 전략공천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불가' 입장을 재확인 한 발언이다.
비박계에서 전략공천은 물러설 수 없는 최후의 보루다. 전략공천을 허용할 경우 청와대와 친박계가 내리꽂는 '하향식' 공천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전략공천은 현행 당헌·당규에 없는 용어이다. 박 대통령이 공천권을 행사했던 당시에는 정치 신인에 한해 전략공천이 가능했지만, 이후 개정 과정에서 여성·장애인으로 그 대상이 축소됐다.
친박계가 전략공천을 관철하기 위해선 당헌·당규 개정을 먼저 요구해야 한다. 당원 참여 비율 축소에서 비박계가 불리한 입장이라면 전략공천 문제에선 친박계가 약세에 놓여 있는 셈이다.
때문에 컷오프(Cut Off·예비경선)를 통한 우회적인 전략공천 우려가 비박계에서 제기된다. 현역 의원 중 컷오프 대상을 설정해 경선에서 배제한 후 친박계가 원하는 후보가 경선에 출마하는 것이 예상 시나리오다.
친박계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여론조사 기능을 담당하는 여의도연구원이 비박계로 채워져 있어 '조작' 가능성을 의심한다면, 비박계는 컷오프를 빙자한 사실상의 전략공천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오는 5일 발표될 예정인 공천제특별기구는 그 인원 구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위원장을 어느 계파가 맞는지, 위원 구성에서 계파 안배가 어떻게 되는지가 관심 지점이다.
일단 당내에서는 "현행 국민공천추진TF 구성원이 약간 변형된 형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황진하 사무총장을 비롯해 홍문표 사무부총장, 이학재(정개특위 간사)·황영철·서용교 ·민현주·이우현·이현재 의원으로 구성된 현 체제는 계파색이 짙지 않은 편이지만, 1~2명 충원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