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22일, 티웨이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대구에서 제주로 향하던 김모씨 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음이 들려왔다.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소음에 놀란 김씨는 승무원에게 항의했지만, '스피커가 고장났다'는 엉뚱한 답변과 함께 귀마개를 받았을 뿐이었다.
머릿속에 한 달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떠오르는 아찔한 상황. 1시간여 동안 가시방석에서 안절부절 못했던 김씨는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국토부에 이러한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티웨이 항공사는 '스피커 소음이 원인'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했고, 국토부 관계자도 "티웨이 측 해명이 설득력 있다"는 무성의한 답변만 되풀이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
김씨는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에 직접 찾아가 민원을 제기했더니 그제야 티웨이 항공 측에 과실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그 후로도 관련 상황을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뒤늦은 조사 결과 소음의 원인은, 비행기 동체의 문틈을 막는 고무패킹에 구멍이 뚫려 기내 바람이 외부로 새나가는 소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비행기 운항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경미한 고장이었고, 비행 중인 여객기에서 승객의 동요를 막기 위해 승무원이 고장 사실을 감춘 것은 적절한 조치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항공사 측이 여객기의 결함을 알고서도 수리하지 않은 채 다시 승객을 싣고 제주에서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도록 했으며, 이러한 사실을 관련 보고서에도 담지 않았던 것.
국토부는 이러한 규정 위반이 확인됨에 따라 지난해 10월 말 징계 의견을 내며 조사를 마쳤다.
그런데도 실제 징계 여부와 수위를 최종 결정할 징계심의위원회는 1년이 다 된 현재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마침 2013년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고 조사가 마무리됐고, 그 직후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이 일어나 국토부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했다"며 "지난해 4월부터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씨는 "국토부는 지난 1월까지도 티웨이 항공에 잘못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외부 감사가 시작된 뒤에야 부랴부랴 항공사가 잘못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현행 관련 지침에는 조사 후 일정 기한 안에 징계심의위를 열도록 하는 규정이 없어 앞으로도 이같은 늦장 행정이 되풀이 될 수 있다"며 서둘러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