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1,959억 달러로 한국의 국내총생산액(GDP)의 13.8%에 달했다.
GDP 1조달러가 넘는 15개국 가운데 특정 기업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이다.
국가 내 부가가치의 합인 GDP와 기업의 총판매액을 뜻하는 매출액은 개념이 달라 단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지만 국가경제가 특정 기업에 어느 정도 의존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에 의존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국내 2위 업체인 현대차의 매출도 GDP의 6%에 달해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매출액이 한국 GDP의 20%에 달하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그룹 전체와 현대차그룹 전체 계열사의 매출을 따진다면 재벌 의존도는 훨씬 높아진다.
삼성그룹의 2013년 매출은 390조 원 규모로 국내총생산(GDP) 1,428조 원의 26.6%에 달했다. 또 삼성의 2013년 수출액은 1,572억 달러로 한국 전체 수출액 6,171억 달러의 25%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의 매출까지 합하면 두 재벌그룹의 매출액이 GDP의 35%에 달한다.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쏠림 현상의 심각함은 다른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아래서 30대 재벌기업의 계열사와 자산 규모는 크게 늘었다.
지난 2009년 30대 그룹의 계열회사수는 913개에서 올해는 1,162개로 27.3% 증가했고 자산규모도 931조원에서 1,510조원으로 6년 사이에 6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삼성과 현대차 등 10대 재벌그룹의 계열사와 자산규모 증가세가 훨씬 높아 재벌기업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동반성장을 외치고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같은 공약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의 조세정책이나 금융지원 등 주요 경제정책이 재벌기업에 대한 특혜로 이어지는 반면 재벌에 대한 규제는 갈수록 느슨해지고 있다.
정부가 기업에 대해 실시하는 조세감면 정책의 혜택은 10대 그룹 계열사에게 집중적으로 돌아가고 있고 산업은행의 정책금융도 재벌들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재벌그룹들은 중소기업 업종까지 진출하며 일감몰아주기 등의 편법을 통해 중소기업의 기반을 잠식하고 심지어 동네 빵집과 카페 등 골목상권까지 파고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가 성장해도 그 과실은 고스란히 재벌그룹에 쌓이는 반면 중소기업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가계 부채는 갈수록 증가하는 것이다.
나라 경제가 몇몇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지면 기업이 흔들릴 때 경제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커진다.
노키아의 몰락에 핀란드 경제가 휘청거린 사례나 최근 폭스바겐 사태로 독일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나오는 것이 좋은 예다.
실제로 삼성전자나 현대차의 수출이 부진하면 우리 경제가 휘청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은 좋지만,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그 과실이 국민과 기업들이 골고루 나누어지지 않고, 소수의 재벌 기업에만 편중될 경우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려워진다.
이제 경제 정책의 중점 방향을 재벌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가계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