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농촌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 축소 여부를 놓고 지루한 공방을 이어가자 대표간의 담판이 문제를 풀 마지막 열쇠로 여겨졌는데, 이제 기댈 언덕도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대표회동에서는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에 뜻을 같이 했으나 선거구 획정문제에서는 평행선을 달렸다. 새누리당은 농촌 지역구 축소를 최소화하는 대신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고, 새정치민주연합내 일부 농촌지역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국회 정개특위가 선거구획정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법정 시한을 이미 넘긴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정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렇다면 선거구 획정작업이 마냥 늦춰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표의 등가성을 2대 1로 맞추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놓고 국회는 농촌지역구 수를 줄일지,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일지, 아니면 현행 300석인 국회 의석을 늘릴지, 나아가 이참에 선거제도 자체를 뜯어고칠지 기준을 정해야 하는데, 여야의 협상태도나 쫓기는 시한을 감안할 때 근본적인 제도개혁은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농어촌 의석수를 둘러싼 밀고당기기만 남는다. 현행 지역구 의석수는 246석. 새누리당은 농어촌 선거구를 유지하기 위해 비례대표에서 13석을 빼와 지역구를 최대 259개 의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축소에 반대다. 정치권 밖에서 선거구획정작업을 진행중인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도 다음달 2일 현행 지역구 수를 크게 흔들지 않는 244석~249석 범위 내에서 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음달 13일까지 선거구획정위가 획정안을 제출하면 공은 국회로 넘어오게 된다. 정치개혁특위는 제출받은 안에서 위헌적이거나 위법적 요소를 발견할 경우 한 차례에 한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로 획정안을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선거구획정위 시안을 ‘비현실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데다 야당 농촌지역 의원들도 반감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재제출 요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다시 제출된 수정안은 별다른 손질없이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선거법상 처리 시한은 총선 5개월 전인 11월 13일이다. 만일 본회의에서 부결된다면 국회는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이후의 절차가 명시돼 있지 않아 누가 획정안을 다시 만들지도 불분명하다.
예비후보등록일은 12월 15일부터인데 이때까지 출마할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거나 헌법기관인 헌재의 요구시한을 넘기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는 표의 등가성, 즉 평등의 원칙이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 보다 상위의 가치라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또 헌법 46조 2항에도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역구 지키기를 위해 비례대표를 희생해선 안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헌법의 취지에 맞게, 정해진 시한 내에 법안을 만드는 것은 입법부인 국회의 책무이자 국민의 명령이다. 정치권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추석 민심을 왜곡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