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6일 개봉한 사도는 전날 전국 934개 스크린에서 4760회 상영된 데 힘입어 67만 3331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줄곧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날까지 사도의 누적관객수는 426만 3928명으로 여유 있게 500만 관객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이 영화의 흥행 요소는 영조에서 사도세자로, 사도세자에서 정조로 이어지는 3대를 관통하는 부모와 자식간 보편적인 정서를 통해 관객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낸 데서 찾을 수 있다.
◇ 생사의 갈림길에 이르러서야 서로의 속내를 확인한 부자
생사의 갈림길에 이르러서야 서로에게 말하지 못했던 속내를 전하는 부자의 안타까운 모습은 아버지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영조를 연기한 송강호는 "조선 21대 왕 영조가 아닌 아버지로서의 영조, 아들 사도의 모습이 나를 사로잡았다"며 "평생을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살았기에, 따뜻한 아비의 마음을 가졌지만 군주로서 혹독하게 아들을 교육시켰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사도세자로 분한 유아인은 "사도와 영조의 문제는 단순히 왕과 세자라는 권력자들의 문제라기보다 부모로서, 자녀로서 서로에게 거는 기대와 실망감의 문제"라며 "사도세자와 영조 사이에 감정적 교류가 결국 결핍됐고,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고 말했다.
◇ "자식이 아비에게 물 한잔 드릴 수 없사옵니까"
극중 어린 정조는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갈증에 신음하는 아버지 사도세자에게 물을 건네려고 하지만 신하들에게 가로막힌다.
할아버지 영조를 향해 울부짖으며 "자식이 아비에게 물 한잔 드릴 수 없사옵니까"라고 말하는 세손의 대사는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이준익 감독은 "정조의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며 "어린 세손이 뒤주에 갇힌 아버지 사도를 보며 물 한잔 주지 못한 그 심정, 훗날 무덤에서라도 한잔의 물을 건네는 아들의 통한을 풀어내는 게 진짜 사도의 이야기다"라고 했다.
영화 사도는 왕이 세자를 죽게 만든 '임오화변' 등 역사적인 사건을 가족사로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청소년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송강호는 "중학교 다닐 때 역사책을 통해 임오화변을 배웠지만 그 안의 속 깊은 비극은 몰랐다"며 "영조에 깊이 이입하면서 영조가 어떻게 살아 왔고 왜 이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도를 본 10, 20대 관객들은 "왕가의 정치적 이야기가 아닌 한 가족의 이야기를 새롭게 알게 됐다" "인물들의 내면 표현이 걸작이다" "국사에 문외한인데도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는 등의 감상평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