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쫓으려다 수백만 병목현상…왜 해결 안되나

이슬람 메카서 700여 명 압사…언어장벽·폐소공포에 따른 비극

24일(현지시간) 이슬람 최대 행사인 성지순례(하지)가 진행된 사우디 아라비아 메카에서 압사 사고로 무려 700명 넘는 사망자와 900명 가량의 부상자가 나오는 대참사가 발생하면서, 왜 매년 있는 행사 때마다 대규모 압사가 반복되는지를 놓고도 각계의 지적이 잇따른다.

연중 최대 행사인만큼 올해도 250만 명의 이슬람 교도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참사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안타까움은 더 크다. 특히 사우디 정부도 앞서 10만 명 이상의 경찰 인력 등을 배치하는 등 미리부터 돌발상황에 대비했던 상황이었다.

성지순례 압사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가 한두 번 있었던 일도 아니다. 1994년에도 악마의 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 중 270명이 숨졌고, 1990년에는 무려 1420명이 좁은 터널을 통과하다가 압사했다. 이밖에도 충돌이나 화재 등으로 수백 명씩 사망한 사례가 더 있다.


이처럼 매번 반복되는 '인재'이기 때문에 사우디 정부 또한 지난 수년 간 수십억 달러를 들여 메카 지역 안전체계를 재정비했다. 교통 시스템을 개편하고 신속한 순례를 위해 동선도 개발했다. 매년 늘고 있는 성지순례객을 수용하기 위한 터널과 다리도 추가로 건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인파가 메카나 미나 등 주요 동선을 계속 오고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병목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대다수의 지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루트거스대학의 리 클라크 사회학 박사를 인용, 사람들은 좁은 공간에 갇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처하면 심리적으로 순간 이성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병목현상에 따른 심리적 공포감이 걷잡을 수 없는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문제로는 전세계 200개 국가 출신 신도들이 성지순례를 오는 만큼, 정부와 순례객 사이 언어적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안전요원이 사람들에게 안내를 따라달라고 소리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어적 장벽 때문에 알아듣지 못하고 여전히 패닉 상태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 정부는 이번 사태를 두고 "많은 신도들이 타임테이블을 준수하지 않고 움직여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실제로 정부는 신도들에게 각각 1분 단위로 동선 스케줄을 배정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대다수는 이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어떤 정부도 수백만 명이 좁은 공간에 몰려들어 벌어지는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고 근본적인 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성지순례로 자국민 인명피해를 입은 이란 등 다른 이슬람교 국가들은 사우디 정부의 미흡한 관리와 부족한 대처를 탓하며, 정부가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고 질책했다.

사우디 국왕은 "신도들의 움직임을 관리하고 조직하는 체계가 향상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행사 전반에 대한 안전 점검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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