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과 '클린 디젤'의 앞날

(사진=자료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2000년대 들어 자동차 제조사들은 디젤 차량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정부도 이를 도왔다. 디젤 차량이 더 친환경적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먼저 유럽이 앞장서서 가솔린 연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디젤 연료의 세금을 대폭 줄이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이에 힘입어 유럽의 디젤 차량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전통적으로 가솔린 차량을 선호하는 미국에서도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서는 디젤 엔진 개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여전히 디젤 차량 점유율은 전체의 1%에 불과하지만, 이 정도도 상당히 증가한 수준이다.

폭스바겐 사태를 불러일으킨 TDI 디젤 엔진은 이 같은 흐름을 타고 개발된 엔진이었다. '클린 엔진'이라고 불리는 TDI 엔진이 장착된 제타 TDI는 2008년과 2009년 '그린 카 저널'에 의해 올해의 친환경 자동차로 꼽혔다. 올해는 파사트 TDI가 선정됐다.

그러나 최근 몇년새, 디젤 연료의 친환경성에 대한 의심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다.

디젤이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대신, '스모그'의 주범인 질소산화물을 대량 배출한다는 새로운 문제가 떠오르면서다.

그래도 어찌됐든 배출가스량 검사 기준은 통과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문제시 되지 않았던 셈인데, 외신들은 이번 폭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디젤 엔진에 대한 신뢰도가 완벽히 바닥을 칠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번스타인 리서치의 맥스 워버튼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디젤 엔진의 시대는 아마 이번 일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등은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사들의 차량 검사 결과까지 전방위적으로 재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BMW, 포드 등이 자신들은 '결함있는 장치'와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히고 나섰는데도 불구하고 불신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이다.

한편 당장 미국에서는 문제된 차종 소유자들이 리콜 후폭풍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단순한 차량 결함 등으로 인한 리콜 명령일 경우, 소비자들이 100% 응하지는 않는다. 차량 반환에 따른 불편함을 감수하느니 살짝 결함있는 차를 계속 타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공중 보건과 직결되는 문제다. 리콜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해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차량이 수십, 수백만 대 도로를 활보하게 되는 경우가 초래된다.

따라서 정부 측은 리콜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해당 차량 허가 갱신을 막거나 스모그 테스트를 의무적으로 거치는 방식 등의 제재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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