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교수의 국내 문화유산답사기가 다시 시작됐다. 신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권 남한강편'(지은이 유홍준·펴낸곳 창비)은 말 그대로 남한강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이번 책의 답사 코스는 영월에서 시작해 단양·제천·충주·원주·여주로 이어진다. "이 코스를 다 도는 데는 4박 5일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지은이의 설명이다.
남한강은 태백산에서 발원해 강원도, 충청북도, 경기도, 서울을 가로질러 서해로 흘러드는 한강의 본류다.
'한강은 태백산에서 발원한 남한강과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이 양수리에서 만나 도도한 강줄기를 이루며 서울을 가로질러 서해로 흘러드는 한반도의 젖줄이다. 그 중 한강의 본류는 남한강인데, 태백산 검룡소에서 발원하여 서해에 이르는 물길은 약 500킬로미터에 이른다.' (16쪽)
남한강은 유유히 흐르면서 곳곳에 유서 깊은 흔적들을 담아낸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자연과 역사, 인문이 어우러지는 유홍준표 답사 현장으로 적격인 셈이다. 영월 법흥사에 이르는 길을 잠시 살펴보자.
'모든 명찰이 그러하듯이 법흥사 또한 산중의 넓은 분지에 자리잡고 있다. 동서남북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우리가 골 따라 그 틈새를 파고들어온 셈인지라 산세는 더욱 웅장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법흥천 물길 따라 산세를 비집고 들어올 때만 해도 깊은 산속에 이처럼 넓은 터가 있으리라 기대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법흥사에 당도하면 답사객들은 높은 산봉우리 사이로 열린 하늘을 한번 더 우러러보게 된다.' (42쪽)
◇ "남한강은 단순한 강물이 아니다"
'명성만 듣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찾아온 분은 실망하기 일쑤다. (중략) 생각건대 지금도 단양8경을 여행한 다음 이렇게 말할 사람이 없지 않을 것도 같다. 그러나 이는 올바른 평이 아니다. 단양8경의 아름다움이란 산의 높이와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관동8경은 동해안의 아름다운 정자만을 주로 꼽은 것이듯 단양8경은 강변의 수려한 봉우리와 계곡의 빼어난 바위에만 한정했음이 뚜렷하다.' (143, 144쪽)
그 유명한 단양8경을 짚어보는데 그냥 넘어가기 아쉽다. 8경 중 사인암에 대한 설명만이라도 살짝 들어보자.
'깍아지른 암벽이 하늘에서 내려뜨린 병풍처럼 서 있고 그 아래로는 계곡의 맑은 물이 넓게 퍼져 흐른다. 높이 솟은 바위벽은 화강암의 절리가 발달하여 가로세로로 금이 가서 마치 큰 붓으로 죽죽 그은 산수화의 준법을 입체화시킨 듯하다. 빛깔도 암벽 군데군데에 철분이 녹아내려 황토색과 밝은 노란색이 교차되고 그 틈새에 끼어 자라는 소나무와 들꽃, 단풍나무들이 점점이 붉고 푸른 색을 띠어 대단히 회화적이고 조형적인 벼랑이다. (165~167쪽)
지은이는 남한강을 두고 "단순한 강물이 아니"라고 전한다. 한양과 충청도, 경상도를 잇는 나라의 중요한 길이 돼 왔기에 그 길 위에 숱한 사연과 역사가 깃든 까닭이리라.
그래서일까, 남한강편에는 역사·문학·민속, 나아가 자연유산에 관한 이야기가 어느 편보다 많다. 유 교수 스스로도 "따지고 비판하는 것이 줄어들고 슬슬 얘기하는 분위기이고 유머를 구사한다는 것도 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다음 답사기는 '서울편'이라고 한다.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도시로, 시시각각 변하는 서울의 여백을 지은이가 어떻게 담아낼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