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에 맞설 대안, 개혁자유주의

[신간] 철학자 차인석 교수의 윤리적 제언 <우리 집의 세계화>

사진제공= 교보문고
청년 취업난, 국가적 경제 침체, 전 지국적 금융 위기. 이러한 표현들은 이제 너무나도 익숙하고 오래된 상투어가 되어버렸고, 지금으로서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뛰어넘을 만한 대안이 등장해 지지를 받는 일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에 맞설 이론적 대안을 모색하고, 개별 국가만이 아닌 전 지구적 차원의 평화적 공존을 이루기 위한 윤리를 제시하는 책 <우리 집의 세계화>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권위있는 학술 저널 <디오게네스>를 비롯해 여러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던 저자의 논문 중에서 여섯 편을 선별해 묶은 것이다. 저자의 학문적 목표는 현재의 다문화 세계에서 글로벌 윤리를 구상해보는 것으로서, 존 듀이의 '위대한 공동체' 개념을 기초 삼아 서구와 비서구 각각의 환경에 맞는 근대화, 민주주의 기반을 둔 개혁자유주의를 제시한다.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들을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는 저자의 오랜 고민과 성찰의 결과물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신자유주의, 금권정치를 비판하고, 현재 지구상에서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대부분의 정치를 비판한다.

저자는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를 절충한 형태로서의 개혁자유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은 모든 주체적인 시민이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사회를 상상한 존 듀이의 '위대한 공동체' 사상을 발판 삼은 것이다. 개혁자유주의는 정치 체제를 민주주의로 향하게 하면서 물질적 혜택을 가능한 리 고르게 나누고자 힘쓴다. 이로써 무한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막중한 폐해를 줄여나가며, 린 해결책을 찾아나서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 더불어 저자는 시민 개개인이 성찰하고 비판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면,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실시되어야 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신흥 산업국가에서 민주적 결정을 하는 합법적 절차가 마련될 것이고, 식인과 전문가, 시민사회가 그 과정에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집의 세계화>는 저자가 존 듀이를 비롯해 칸트, 헤겔, 오이겐 핑크 등의 철학 사상을 현실 세계와 연결하고자 시도한 책이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오늘날 철학의 임무는
자본주의의 소비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행되는 모든 파괴적 시도에 맞서게 하는 것, 상상력과 창의성, 행동의 자유와 성찰력을 마비시키는 정보사회의 꿈에 맞서게 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한마디로 어떤 식으로든 근대성을 재상상하고 재가동시켜, 인류를 추락시키는 일을 막는 것, 그것이 철학의 임무이다.

본문 중에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한 사회가 겪게 되는 문화적 격변의 양상과 그로 인해 수반되는 온갖 차원에서의 구조적 변화를 설명하는 데는 신자유주의가 유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 이식된 신자유주의의 경우에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그 내부에 신자유의주와 맞서 싸울 어떤 이데올로기도 갖추고 있지 않으므로, 신자유주의가 "태어난" 나라에서보다 훨씬 더 심하게 공동체 윤리를 뿌리째 뽑아내고 평가절하해버리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개인 간의 경쟁에 입각한 신자유주의적 입장은, 개인과 그 주변 세상을 연결시켜 생각하는 방식과 정면으로 맞선다.
한 개인이라는 주체를 오로지 소유욕과 경쟁심을 가진 존재로만 환원시키는 신자유주의 이론은 보편적인 유효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개혁자유주의의 발전 전략」162~63쪽)

차인석 지음/ 진형준 옮김/문학과지성사/ 184쪽/ 12.000원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