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8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출발한 한 여객선이 도착했다.
1시간 뒤 승객들이 모두 배에서 내리자 검은 위패를 선두로 한 흰색 유골함이 일본인 남녀 20여 명의 손에 들려 나왔다.
엄숙한 분위기 가운데 잠시 멈춰선 유골함 18개는 이들을 맞이하러 나온 한국인 청년들에게 전달됐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으로 끌려가 고된 노역을 겪었던 조선인 113명의 유골이 이날 아침 엄숙한 분위기 속에 귀환했다.
일본행 연락선에 몸을 싣고 고향을 떠난 지 70년 만의 일이다.
이날 귀환 행사는 한국과 일본 양국이 함께 만든 '훗카이도강제노동희생자추모·유골귀환추진위원회'가 추진했다.
희생자의 귀향을 위해 자원봉사자 등 일본인 30명, 한국인 50여 명이 행사에 참여했다.
희생자의 유가족 3명도 이날 행사에 참여해 직접 위패를 들고 선조들의 귀향길에 앞장섰다.
일본 강제노역 희생자의 유골이 100위 넘게 동시에 귀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 끌려간 이들은 댐과 철도 등 건설현장과 탄광 등에서 강제로 고역을 치러야 했다.
심지어 전쟁 막바지에는 강제로 일본군에 편입되기까지 했다.
이날 귀환 행사를 준비한 추진 위원회 일본 측 공동대표는 조선을 침략했던 일제의 만행과 뒤늦은 희생자 귀환에 대해 사과했다.
도노히라 스님은 또 "최근 일본이 사실상 전쟁 가능한 국가를 표방하는 점을 매우 우려하고 분노한다"라며 "이를 막기 위한 작업은 일본 시민들만으로는 부족하니 한국과 함께 힘을 모으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귀환한 유골은 그들이 70여 년 전 한일 연락선을 타고 끌려가야 했던 곳, 부산 중구 수미르 공원 일대에서 추모제를 가졌다.
유골은 이날 오후 서울로 옮겨져 장례 행사를 거친 뒤 20일 오후 7시 서울시립공원에서 마지막 안장식을 가질 예정이다.
일제 강제노역 희생자의 이번 대규모 귀환 행사가 아직 일본에 남아 있는 조선인 희생자 발굴과 귀환 운동에 도화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