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표는 당 내부에서 재신임투표 반대론이 크게 확산되는 와중에도 "추석 전에는 끝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제 생각에 달라진 게 별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 대표가 이렇게 재신임 투표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비주류측의 '지도부 흔들기'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총무본부장인 최재성 의원은 "당과 국민들이 재신임을 판단해 줬다면 그것에 대해 반발할 수 있는 에너지들은 현저하게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당내 대다수 의원들의 생각과는 딴판이다. 안철수 의원 측 송호창 의원과 재신임투표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기남 의원을 포함한 중진의원들도 나서 재신임 투표에 반대했다.
통합기구 구성을 제안한 이종걸 원내대표도 같은 뜻을 피력했다. 박지원 의원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문 대표와 주변의 몇몇 의원을 빼고는 재신임 투표 불가론이 중론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반대한다는 것 외에도 재신임 투표는 여러가지 이유에서 불합리하다.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물으니 민주적이고 공신력이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당원투표는 문 대표에게 '모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그리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우선 국민과 당원들 중에 누구도 나서서 '문 대표의 신임을 우리에게 물어달라'고 한적은 없다.
절차가 정말 민주적이려면 국민과 당원들에게 먼저 '당신들에게 재신임을 물으려 하는데 괜찮은가요'라고 물어봤어야 한다.
이런 과정없이 대뜸 재신임투표를 강행한다면 국민과 당원들에게 원치 않은 대답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 없다.
갑작스럽게 골치 아프고 마뜩잖은 당내 갈등 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강요받은 국민과 당원들의 심경은 어떨까.
국민과 당원의 뜻은 '재신임을 물어달라는 것'보다는 '단합과 통합을 통해 제대로 된 야당을 만들어 달라'는 것일 게다.
더군다나 재신임투표 강행은 문 대표가 강조한 통합 행보와도 정면으로 상충한다. 그는 전날 공천 혁신안이 중앙위를 통과한 직후 "당의 단합과 당 외부를 망라하는 통합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당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재신임 투표를 강행하는 것이 통합인지에는 물음표가 붙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책임은 모두 문 대표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결국 재신임 투표는 문 대표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치명적인 약점이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당연히 문 대표의 숙원인 총선 승리는 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재신임을 강행하는 것은 '오기 정치'라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비주류, 대안없는 비판…기득권 지키기 인상 강해
물론 이런 상황이 오기까지의 책임이 오롯이 문 대표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행위는 상호작용의 산물인 까닭에 문재인 사퇴론을 줄곧 주장해온 비주류도 원인 제공자다.
'혁신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없다', '당 지지율이 제자리 걸음이다' 등의 지적은 할 수 있고, 당 대표에게 책임도 물을 수 있지만 비주류는 대안제시가 없다는 점에서 역시 당을 위태롭게 할뿐이다.
비주류 의원 12명은 성명을 내고 "향후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보다 깊은 성찰과 혁신의 실천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이 말하는 '혁신'의 내용은 알려진게 없다. 나름 3가지 혁신방향을 제시한 안철수 의원의 행보처럼 생산적인 논의의 단초가 될 만한 게 재료가 없다는 말이다.
비주류가 유독 공천 개혁안에 대해 민감한 것은 '밥그릇 지키기'라는 인식을 주기 충분하다.
지금까지 반복돼온 불투명한 공천에서 비롯된 피해의식의 발로일 수도 있지만, 아직 공천작업은 시작도 안했다.
혹시 모를 불이익을 우려해 당의 갈등을 키우는 것은 '선당후사'(先黨後私)와는 크게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국정감사 와중에 강(强) 대 강(强)대결로 권력투쟁의 '민낯'만 드러낸 데 대한 대가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문 대표와 비주류는 모두 브레이크를 잡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