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노사정 합의는 불법 종용·헌법 위반 합의"

노사정이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대타협에 합의한 지난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 사무실에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왼쪽)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손을 잡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노사정 위원회 합의안 문제점에 대한 법률적 검토 의견서를 17일 발표했다.

지난 13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일반해고 도입'과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에 대해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민변은 이번 합의안으로 실적부진자(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의 문이 열린 것과 관련해 "실적 부진, 업무 능력 부족만으로는 해고를 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 및 근로기준법의 취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도 이에 따라 해고에 관한 원칙 및 판단 기준을 마련했고, 실적부진자에 관한 해고는 법률상 금지된 것"이라며 "노사정 합의는 이러한 헌법, 법률 및 판례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미 법률이 정한 해고 사유인 '정당한 이유'에 관해 해석의 기준이 정립된 만큼 제도 개편은 불필요하고, 오히려 노사정 합의에서 사용된 '저성과자'·'업무 능력 부족'이야말로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임금제도 개편안에 대해서도 "취업규칙 변경 지침은 근로기준법을 정면으로 반하는 '불법 종용 지침'"이라고 꼬집었다.

일반적인 민사계약에서도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조건을 정할 수 없는데,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관계에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법 개정 후 단계별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기로 한 결정에 관해서는 오히려 시행일 전까지는 기존의 주 68시간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꼴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합의안에 따르면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은 법 개정 후 1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시작해 기업 규모에 따라 1년씩 4단계에 걸쳐 시행될 예정이다.

민변은 "휴일근로 포함은 그동안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일 뿐 개선도 아니다"라며 "새누리당의 입법안 역시 휴일근로 가산수당과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별도로 가산해 온 판례 취지와 반대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2주→1개월, 3개월→6개월로 늘린 결정으로 노동자들에게 고강도 장시간 노동이 강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이번 합의안에서 기간제, 파견근로자 고용을 확대한 것을 두고도 민변은 "기간제, 파견 노동의 전면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사용기간의 연장은 무기계약 전환 시점을 유예해 기간제 근로자가 사용자의 계약해지라는 칼자루 앞에서 종속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기간이 4년으로 장기화된다"고 밝혔다.

또 파견이 허용되는 업무 대상을 대폭 확대한 데 대해 "광범위한 업무에 평생파견이 추진되는 꼴"이라며 "고령자 및 고소득 전문직 파견이 허용될 경우 전체 노동자의 39.5%인 약 741만명이 파견직 대상이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특히 주조, 금형, 용접 등 제조업 전반에 활용되는 공정기술을 뜻하는 뿌리산업에 대해 파견이 전면 허용된 것은 "이미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으로 확정된 대기업 사내하청을 합법화시켜주기 위한 재벌의 청부입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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