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성장…이 소녀의 실제 모델이 한국에도

영화 '미라클 벨리에' '반짝이는 박수소리'…청각장애 부모와 비장애 자녀 동행기

영화 '미라클 벨리에' 스틸컷(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의 약자로 청각장애 부모를 둔 비장애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극장가에서 코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프랑스 영화 한 편이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미라클 벨리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며 다양성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3주 만인 15일 10만 9691명의 관객을 모았다.

영화 평론가 이명희 씨는 이 영화에 대해 "청각장애인 가족과 살아가는 중학생 소녀 폴라가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놓아야 하는 가족의 끈과, 동시에 끈끈한 가족애 때문에 생기는 갈등을 코믹하게 그려낸 유쾌하고 감동적인 성장 영화"라고 평했다.


이어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 무엇인지 새삼 생각하게 하고 관객도 함께 성장시키는 이 건강한 영화의 원제는 '벨리에 가족'"이라며 "웃다보면 어느 틈에 노래 한 곡에 담긴 성장통이 관객을 몹시 아프게 하고 감동시킨다. 성장통은 아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까닭"이라고 강조했다.

극중 가수를 꿈꾸는 주인공 폴라는 말미에 오디션 무대에 올라 감동적인 노래를 부른다. 이때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부모와 동생을 위해 수화로 그 내용을 전달한다. 노래가 끝나자 감동한 폴라의 부모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반짝반짝' 율동을 연상시키는 몸짓을 한다. 이 몸짓은 수화로 '박수'를 뜻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한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떠올린 관객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 다큐 영화 역시 청각장애를 지닌 부모와 비장애인 자녀들의 특별한 소통법을 담고 있는 까닭이다.

청각장애인 부모 밑에서 자란 딸 보라와 아들 광희는 수화로 옹알이를 했고, 부모와도 수화로 소통했다. 자라면서 자신들이 듣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보라와 광희는 부모와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가 됐다.

반짝이는 박수소리는, 이 영화를 연출한 이길보라(26·한예종 영상원 4학년 휴학)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이길 감독은 앞서 지난 4월, 이 영화의 개봉 당시 가진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엄마랑 같이 다니면서 수화를 통역할 때마다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걸 봤다. '엄마 아빠의 세계는 완벽하다'고 여겨 왔던 제게는 솔직히 충격이었다"며 "사람들의 생각이 저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부모님 이야기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욕구를 항상 품고 있었기에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수화와 음성 언어의 세계를 둘 다 아는 이길 감독은 "수화는 손만 보면 모른다.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도 함께 봐야 한다"며 "수화로 소통하는 데는 오히려 표정이 60, 70%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이어 "청각장애인의 문화를 '농(聾, 귀먹다) 문화', 비장애인의 문화를 '청(聽, 듣다) 문화'라 한다면 저는 그 사이를 넘나들면서 이야기한다"며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세상을 알기 때문에 또 다른 세상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자연스레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큐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연출한 이길보라 감독(사진=황진환 기자)
이길 감독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작업은 코다, 즉 자신과 같은 청각장애 부모를 둔 비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청각장애인들의 세계를 문화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우리 사회에서는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란다.

"청각장애인들은 연민과 동정의 대상인 불행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지닌 외국인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이길 감독은 "청각장애인들은 수화로 대화할 때 서로의 눈을 보는데, 그래야만 상대의 뜻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저도 상대의 눈을 보면서 얘기하는 것에 익숙한데, 주변 사람들과 음성 언어로 대화하다 보면 제 눈을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뭔가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순간"이라고 전했다.

이어 "농문화와 청문화가 만나는 접점인 제 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특별하고 아름다운 세계와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며 "알면 변하기 마련이다. 저는 그 접점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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