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의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탈환에 노란 불이 켜진 넥센 거포 박병호(29) 얘기다. 박병호 역시 전인미답의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상징성 면에서 경쟁자의 대기록이 더 커보인다.
박병호는 14일 현재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 홈런(48개), 타점(135개), 득점(119개) 등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특히 거포의 상징인 홈런과 타점은 2위와 격차가 커 타이틀 수성이 무난해보인다.
홈런에서는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43개)와 5개 차다. 타점은 NC 에릭 테임즈(123개)에 12개 앞선다. 물론 나바로가 최근 3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그리는 등 몰아치기가 있지만 따라잡기가 쉽지는 않다.
▲박병호, 4년 연속 홈런-타점왕 가시권
만약 박병호가 홈런, 타점 타이틀을 수성한다면 4년 연속이다. 이는 KBO 리그 사상 최초다. 명실상부한 KBO 리그 최고 거포라는 뜻이다.
지난해 박병호가 달성한 홈런-타점왕 3연패는 지금까지 2번 있었다. 이만수 전 SK 감독(1983~1985년), 장종훈 롯데 코치(1990~1992년)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은 2001~2003년 홈런왕 3연패는 이뤘지만 타점왕은 2001년 타이론 우즈(당시 두산)에 뒤져 3연패를 이루지 못했다.
역대 KBO 리그에서 50홈런은 4번 나왔다. 이승엽이 1999년 54홈런, 2003년 56홈런 등 두 차례 작성했고, 심정수(은퇴)가 2003년 53홈런을 쏘아올렸다. 그리고 지난해 박병호다. 만약 박병호가 올해도 50개 아치를 넘긴다면 KBO 리그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테임즈, KBO 최초 '40-40'에 -4도루
하지만 테임즈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테임즈는 비록 홈런-타점왕 타이틀은 쉽지 않지만 역대 최초의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40-40' 클럽이다. 1982년 출범 이후 단 한번도 쓰여지지 않았던 40홈런-40도루 동시 달성이다.
테임즈는 41홈런과 36도루를 기록 중이다. 대기록에 도루 4개만을 남겼다. NC가 16경기를 남긴 가운데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테임즈는 올해 126경기에서 36도루, 3.5경기당 1개 꼴이었다. 이미 30-30 클럽에 가입한 테임즈는 전인미답의 역사 창조에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40-40 클럽은 KBO 역사상 최초다. 40-40은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도 4명뿐이다. KBO 리그가 18경기 덜 치르는 까닭에 가치는 더할 수 있다. 여기에 일본에서는 단 1명도 없었다.
세계 야구사에서도 희귀한 기록인 만큼 테임즈가 달성한다면 MVP 수상 가능성은 커진다. 테임즈는 올해 한 시즌 최초로 사이클링 히트 2회 달성이라는 진기록도 남겼다.
▲박병호, 이승엽 기록 넘기느냐가 관건
박병호도 앞서 언급한 기록들을 세운다면 충분히 후보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기록의 가치 면에서 테임즈가 근소하게 앞선다고 봐야 한다. 박병호는 지난해도 홈런-타점왕 3연패를 이뤘으나 사상 최초 한 시즌 200안타(201개) 고지를 밟은 팀 동료 서건창에 밀려 MVP 3연패가 무산됐다.
박병호에게 남은 것은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우는 일이다. 2003년 이승엽의 56개를 뛰어넘어야 한다. 8개를 터뜨리면 동률, 9개면 새 역사다. 그러나 박병호의 소속팀 넥센은 14경기만을 남겼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9개 홈런을 날리기는 그야말로 쉬운 일이 아니다. 올해 박병호는 2.6경기마다 홈런을 날렸는데 수치만 보면 올해 최대 6개까지 추가할 수 있다. 최대 54홈런이 된다는 뜻이다. 테임즈의 40도루보다는 가능성이 낮다. 더군다나 박병호는 오른 중지 통증 속에 4경기에 결장했고, 최근 10경기 2홈런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MVP를 수상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뒤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MVP라는 타이틀은 계약 협상에서 유리한 장치가 될 수 있다. 몸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 정규리그는 끝나지 않았고, 박병호도 테임즈도 대기록을 세운 것은 아니다. 둘 다 달성할 수도,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는 호각세가 예상되고 후자의 경우라면 박병호의 우세다.
과연 박병호가 MVP 탈환에 성공할지, 테임즈가 새 역사를 쓰고 왕관을 차지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