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이 골목 상권을 초토화시킨지는 이미 오래됐고, 이제는 골목 식당들까지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
유통과 음식, 문화사업 등의 서비스업을 주 업종으로 하는 CJ와 신세계 그룹뿐만 아니라 의류업을 주업으로 하는 이랜드까지 식당업에 가세하면서 음식업 ‘열국지’를 방불케 한다.
LG그룹이 ‘아워홈’이라는 상호를 갖고 음식업에 진출해 대형 중국음식점 싱카이와 일식 키사라의 식당 점유율을 계속 높이는 것과 동시에 도시락업에까지 손을 대 연 매출액 1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아워홈은 당초에 LG그룹 구내 식당업부터 시작해 골목 식당가까지 영업망을 뻗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 대기업들이 한식뷔페와 중국음식점업까지 진출해 고객들을 흡수하는 바람에 동네 음식점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지난 2013년엔 3개이던 계절밥상 한식뷔페는 2년 사이에 28개로 증가했으며 올반은 한식뷔페 11개의 문을 열었다. 이와 함께 이랜드파크의 자연별곡 뷔페는 무려 43개가 생겼다.
이들 대기업 계열 한식뷔페들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세련된 인테리어와 저렴한 가격, 위치 등을 무기 삼아 한식뷔페 프렌차이즈를 계속 확장하고 있다.
대기업 한식뷔페 식당들의 점유율이 급증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한식 관련 식당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에서 한식뷔페가 개장한 이후 한식당들의 폐업과 매출 감소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한식뷔페의 5km 이내 음식점 45.2%의 매출이 줄었고, 이들의 매출 감소율은 평균 15.7%에 달했다.
1km 이내 음식점은 52.2%, 1km~5km 이내 음식점은 39.3%의 매출이 감소했다. 한식뷔페와 고객이 겹치는 한식당의 타격이 가장 컸고, 다음은 일식, 양식, 중식 순이었다.
대기업 계열사 음식업 자회사들은 당초에 한식뷔페와 골목 식당의 업종이 겹치지 않아 피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실제로는 중저가 백반집과 설렁탕집, 삼겹살집 등은 직접 피해 대상 식당들이다.
젊은 직장인들이 많은 여의도와 강남역 주변과 역세권, 대형 식당가에 진입한 대기업 한식뷔페들의 영업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의 골목 상권 침해를 막기 위한 유통법 등이 마련되고 한 달에 두 차례 의무 공휴일 제도가 정착됐으나 골목 식당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없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적합업종’ 제도를 이용해 규제를 한다고 하지만 이들 대기업 한식뷔페들은 예외조항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본사 또는 계열사 건물이나 복합다중시설, 역세권, 신도시·신상권 지역 출점은 예외조항이라는 이유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음식점업에 대한 적합업종 권고기간(3년)도 내년 5월 31일로 끝나게 돼 있어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골목 식당업으로 나설 수도 있다.
특히 전국에 백화점 32곳과 대형마트 113곳을 보유한 롯데그룹이 한식뷔페 등 음식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소규모 음식점들은 긴장하고 있다.
일단은 대기업들의 적합업종에 대한 법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겠지만 그 보다는 대기업들 스스로 소상공인들이나 골목 상인들과의 상생의 자세가 더없이 중요하다.
매출 증대와 신사업,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 대기업들로서는 무슨 일이든 뛰어들고 싶겠지만 ‘해야 될 사업’과 ‘하지 않아야 될 사업’을 구분하는 것이 먼저다.
‘돈에는 도덕이 없다’고 할지라도 대기업 총수가 골목 상권이나 골목 식당 진출업을 노리는 것은 ‘상도의’를 한참 벗어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