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혹사'라는 단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민감한 이야기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9월 투수진의 보직 파괴를 선언했다. 에스밀 로저스와 미치 탈보트, 두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면 선발과 중간, 마무리라는 보직을 따로 두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실제로 1일 KIA전에서 6이닝 2실점 승리 투수가 된 안영명은 사흘 쉬고 5일 두산전에 구원 등판해 2이닝을 던졌다. 2일 KIA전에서 1⅓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던 배영수는 4일 넥센전에 등판했다. 송창식은 1~2일 KIA전과 3일 넥센전에 연투한 뒤 5일 두산전에서 선발로 나섰다.
물론 보직 파괴 선언 전에도 종종 있었던 일이다. 안영명은 1주일에 세 차례 선발로 나섰고, 송창식과 배영수, 송은범은 상황에 따라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그럼에도 김성근 감독은 송창식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화에는 4일 등판 후 나흘을 쉰 탈보트라는 외국인 투수가 있는 상황이었다. 팀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이미 혹사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권혁은 106이닝을 던졌다. 불펜 투수가 100이닝을 넘긴 것은 권혁이 24번째다. 박정진 역시 95⅔이닝을 소화했다. 둘 모두 통산 최다 이닝 투구다. 최근 경기력을 보면 분명 지쳤다. 로저스 역시 평균 120개의 공을 던지고 있다.
물론 혹사라는 것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게다가 한화가 5위로 와일드카드를 차지하면 조용히 묻힐 수 있는 논란이다. 내년에 보란 듯이 생생하게 던질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투혼과 성적이라는 포장지로 투수들의 혹사를 가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