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에 국가채무는 645조원으로 처음으로 6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도 40.1%로 예측됐다.
◇ 임기 말까지 40%25 안 넘는다더니..
국가채무가 지난해에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한 이후 불과 2년만에 다시 6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나라 빚이 불어나는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게다가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40%가 결국 깨졌다는 것은 더 큰 충격이다.
불과 1년 전에 내놓은 ‘2014~2018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재정당국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18년까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36%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어떻든 40%는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 암묵적인 합의였다.
그러나 3년 연속 세수결손이 발생하면서 이를 국채로 메꾸는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정지출까지 대거 늘리면서 국가채무에 부담이 커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경제성장률마저 예상보다 저조한 3%대로 내려가면서 재정여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올해 38.5%에서 내년에 40.1%로 40%의 벽을 깬 뒤, 2017년에는 41%, 2018년에는 41.1%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해에는 국가채무가 600조원 대를 넘어 73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국가채무 비중이 40%를 넘더라도 전체 OECD평균인 114.6%에는 훨씬 못 미쳐, 재정 여력은 아직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 돈 풀어 경제 살리기...1년 만에 한계 노출
그러나 40% 천장이 뚫리면서, 과감한 재정지출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에는 급제동이 걸렸다. 이에따라 내년도 지출예산은 올해 예산과 비교해 11조원, 3% 늘어나는데 그쳤다.
불과 1년 전, 올해 예산을 전년대비 20조원이나 늘려 편성하고, 여기에 더해 올 하반기에 11조원이 넘는 추경예산을 투입한 것과 크게 비교된다. 최경환 노믹스가 1년만에 재정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한계를 노출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고민을 토로했다. 최 부총리는 “더 빚을 내더라도 경기활성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인가 아니면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재정건전성에 포커스 맞출 것인가 고민했다”며 “(내년 예산안은) 두가지 다 포기할 수 없어 균형점을 고민한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단 국가채무 비중이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재정지출을 한도까지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재정건전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한 재정의 역할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또 앞으로 5년 동안 재량지출을 낮게 관리하면서 재정 누수를 막아 재정건전성을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대책과 큰 차별성이 없는 수준이다. 경제성장률 자체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지킬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재정건전성은 외려 악화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