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해 4월 7일 이번에는 전남 목포 남서방 1.7해리 해상에서 브이패스가 설치됐지만 고장 난 선박에서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마침 인근의 경비함정이 발견해 부상자는 7명에 그쳤지만, 경비함정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더 심각한 인명사고를 초래할 만한 위험한 사고였다.
해양수산부는 어선의 해상사고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어선 위치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브이패스를 2011년부터 본격 설치토록 했다.
해양수산부와 해경은 2011년부터 2015년 5월까지 4만 260척에 브이패스를 설치했다. 어선 1척당 50만원씩 총 342억원의 국고가 투입됐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지난해 브이패스 정착어선과 미장착 어선의 사고접수(위치파악) 소요시간을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브이패스 장치가 있으면 해상사고 위치를 평균 5분가량 빨리 파악할 수 있다고 '효용성'을 강조했다.
◇ 해경 직원도 '브이패스 잦은 고장·오작동'에 만성적 노이로제
5일 저녁 제주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돼 무려 18명(사망 10명, 실종 8명)의 대형 인명사고를 발생시킨 돌고래호에도 브이패스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돌고래호의 브이패스는 작동하지 않았다.
돌고래호 생존자들은 배가 전복된 후 선장 김씨가 승객들에게 "배가 항해를 하면 어떤 무선통신이 해경과 연결돼 있어 해경이 반드시 구조하러 온다. 해경이 금방 올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선장 김씨는 사고 직후 배에 설치된 브이패스의 조난신고 버튼을 눌렀거나, 누르지 않았다 해도 배의 브이패스가 끊겼으니 해경이 이를 파악하고 곧 수색에 나서리라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돌고래호의 브이패스는 5일 오후 7시 38분∼40분에 끊겼는데도 돌고래1호 선장이 추자안전센터로 신고를 하기까지 VTS나 해경안전본부는 사고 가능성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제주 해경 관계자는 "브이패스가 오작동 되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 보니 신호가 잡히지 않아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상 현장에서 브이패스의 오작동이나 고장은 훨씬 심각하다고 전한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브이패스를 매년 개선하고 있지만 음영지역(신호감청불가지역)에서는 아예 신호가 잡히지 않고 심지어는 오수신 되는 경우도 많아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상태"라고 실토했다. 해경 직원들도 브이패스의 오작동에 대해 만성화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브이패스가 작동하지 않거나 고장 나면 고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이지만, 추가 설치요구에 대해서는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양구조협회 황대식 구조본부장의 발언은 더욱 충격적이다.
황 본부장은 "일부 어민들은 자신의 낚시용 포인트를 관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브이패스의 스위치를 끄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브이패스를 작동하면 자신만이 알고 있는 어장이 탄로 날까봐 고의로 꺼버린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해경의 수색·구조분야에 대한 감사에서 "브이패스가 작동하지 않아 사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무상보급한 브이패스의 활용도를 높이지 못하는데도 해수부와 안전처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