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한국어 가르치는 학교 급증…4년새 2배로

한국의 국제영향력 확대와 한류가 '한국어 배우기' 열풍 일으켜

미국 등 외국에서 한국어를 정식과목으로 채택해 가르치는 초·중·고등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영향력이 확대되고 케이팝(K-POP) 등 한류 열풍이 이어지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저지 주에 소재한 노던밸리 데마레스트 고등학교는 이번 학기부터 한국어를 외국어 과목으로 추가했다.

이에 따라 이 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9학년 신입생들은 지난주 개학에 맞춰 한국어를 외국어 과목으로 골라 배우고 있다.

지난 학년까지 이 학교 학생들은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라틴어 등 5개 언어만 선택할 수 있었다.

같은 지역에 있는 노던밸리 올드타판 고등학교도 이번 학기부터 한국어를 정식 과목에 추가했다.

뉴욕 주 및 뉴저지 주 18개 학교 네트워크인 데모크래시 프렙 공립학교도 한국어 필수 학교로 2개 학교를 추가 지정했다.

뉴욕 할렘의 신생학교인 데모크래시 프렙 인듀어런스 고등학교와 뉴욕 브롱스 소재 브롱스 프렙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이에 따라 이번 학기부터 의무적으로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

특히 브롱스 프렙 학교는 지난해까지 필수과목이었던 스페인어를 포기하고 대신 한국어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데모크래시 프렙 공립학교 네트워크에 속한 학교 중 한국어가 필수과목이 된 학교는 5개로 늘어났다.

데모크래시 프렙 공립학교의 한국어 담당 디렉터인 이정진씨는 "한국어가 필수로 지정되면 전 학생이 다른 언어를 배울 수 없다"면서 "한국어를 수강한 뒤에는 시험도 통과해야 졸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어가 정규 과목인 학교에서는 한국어반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2010년에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했던 뉴저지 주의 팰리세이즈파크 고등학교는 이번 학기에는 한국어반이 9개로 늘어났다.

5년 전에 2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4.5배나 많아졌다. 한국어를 수강하는 학생 수도 50여 명에서 200여 명으로 증가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이 학교는 이번 학기부터 프랑스어를 정규 과목에서 제외했다.

또 다음 학년에는 이탈리어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계 학생들도 이전과는 달리 한국어 배우기를 기피하지 않고 있다.

팰리세이즈파크 고등학교의 황정숙 교사는 "이전에는 한국계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우리 학교에서 학업성적 10위 이내에 있는 한국인 학생들은 모두 한국어를 선택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한국어 배우기가 확산하는 것이 미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은 물론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한국어를 정식 과목으로 지정하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한 학교는 2010년에 21개국 540개였으나 지난해에는 26개국 1천111개 학교로 늘어났다.

학교 수를 기준으로 하면 4년 새 2배 이상이 된 것이다.

같은 기간에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5만 7천400여 명에서 9만 3천100여 명으로 증가했다.

뉴욕 주재 대한민국총영사관의 박희동 교육원장은 6일(현지시간) "경제력 신장 등으로 말미암아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으며 외국에 거주하는 동포사회도 후세들의 정체성 확립 등을 위해 한국어 교육에 적극적"이라면서 "한국 정부의 예산지원 확대 등 지속적인 노력이 뒤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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