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모 그룹에 낙하산으로 들어온 고위층 자제를 해당 직원들이 뒤에서 '똥 돼지'라고 수군거리면서 생긴 말인데, 지금은 고위층 낙하산 자제들을 통틀어 칭하는 용어가 됐다고 합니다.
'현대판 음서제'를 비꼬는 말인 셈입니다.
최근 국회의원들의 '자제 특혜 취업 의혹'이 잇따르면서 시쳇말로 '고용 빙하기'에 살고 있는 취준생들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해졌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이번에 문제가 된 윤후덕, 김태원, 이주영 씨의 공통점을 혹시 아시나요? 윤후덕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김태원 · 이주영 의원은 새누리당으로 소속은 다르지만 모두 국회의원입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 모두 로스쿨에 보낸 자제가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세명 모두 로스쿨 졸업한 자제들을 '취업 청탁'한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아버지는 로스쿨도 보내주고 '취업 청탁'까지 해서 번듯한 직장까지 들어가게 해줘야 '진정한 아버지'가 되는건가요?
◇ 윤후덕 의원과 한심한 새정치민주연합
시사저널은 최근 "파주(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 지역구)에 공장이 있는 LG 디스플레이가 2013년 9월 경력 변호사 1명을 채용키로 했다가 윤 의원 딸을 포함해 2명을 합격시켰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 의원은 LG디스플레이 한상범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윤 의원의 행위는 '고용 절벽' 앞에 서 있는 이 땅의 많은 젊은이를 더욱 절망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습니다.
윤후덕 의원은 이후 공개 사과를 했고 딸도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렸습니다.
새정연 윤리심판원은 최근 윤후덕 의원의 행위에 대해 "시효가 지났다"며 '각하' 결정을 내리고 징계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유인즉슨, 윤 의원이 청탁 전화를 건 것은 2013년 8월 11~16일 사이로 추정되는데, 윤리심판원 규정상 사건 발생 2년이 지나면 징계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있을까요.
◇ 김태원·이주영 의원과 새누리당
이른바 소속 의원들의 '취업 갑질'을 대하는 태도는 새누리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의 경우, 경력법관으로 임용된 아들이 정부법무공단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일었습니다.
2013년 9월 당시 공단이 낸 채용 공고에는 '법조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만 지원할 수 있었지만, 그로부터 두 달 뒤 김 씨가 채용될 당시에는 '법조경력 2~3년 이상'으로 규정이 바뀌어 지원 자격을 얻었다는 겁니다.
또한 변호사 경력이 있고 업무에 바로 투입시킬 수 있는 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을 뽑지 않고, 재판 연구원 근무기간이 끝나지 않은 김씨를 채용해 100일이나 지나서야 근무를 시작하도록 한 것도 이상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채용후 15개월동안 16건만 수임시킨 것도 김씨가 판사 임용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라는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3일 "김태원 의원의 아들이 정부법무공단에 특혜 채용 됐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고 면죄부를 줬습니다.
또한 같은 당 이주영 의원의 경우, 로스쿨을 졸업한 딸이 지난해 5월 네이버에 인턴으로 뽑힌 뒤 그해 11월 정규직 사내 변호사로 채용됐지만 당시 네이버는 정식 채용공고를 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네이버가 최근 경력 변호사를 뽑을 때, 웹사이트를 통해 채용공고를 내고 공모를 진행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이에 서울지방변호사회측은 성명을 내고 "네이버는 경북대 로스쿨 교수가 이 의원의 딸을 추천해 공고 없이 채용했다고 해명했지만, 근무하는 변호사 6명 중 5명이 공개채용으로 들어온 사실에 비추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네이버는 이 의원 딸을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지난해 11월 해양수산부와 '해양수산 콘텐츠 공동활용'을 위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당시 해수부 장관이 이주영 의원임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당시 세월호 사고로 진도에 있을 때인데, 딸 채용에 전혀 신경을 쓸 상황이 아니었고 관여한 바도 없다"며 "딸도 아버지가 국회의원인 것을 숨기고 지내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 딱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자제 취업 청탁 의혹이 잇따르면서 심기가 불편한 분이 있습니다. 바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인데요. 잊고싶은 과거가 있는데 이번 건으로 '과거'가 또 다시 인구에 회자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김무성 대표의 차녀는 지난 2013년 8월 수원대 디자인학부 조교수에 채용됐습니다. 임용당시 31세로 수원대 최연소 전임교수로 임용된 기록을 세웠습니다.
당시 한국일보는 '참여연대'의 자료를 검토해본 결과 김씨가 수원대의 지원 자격을 충족했는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지원 당시 김씨는 박사과정 수료상태여서 사실상 '석사학위 소지자'였습니다. 그렇다면 수원대의 지원 자격인 '교육 또는 연구(산업체) 경력 4년 이상'이 있어야만 합니다.
김씨는 2009년 2학기부터 2013년 1학기까지 상명대와 수원대 등에서 시간강사를 했지만, '시간강사의 교육경력은 50%만 인정한다'는 수원대의 교원경력 환산율표에 따라 김씨의 교육경력은 2년에 불과합니다.
연구경력 또한 기준에 못 미칩니다. 수원대는 석사학위 취득자는 연구경력 2년, 박사과정 수료자는 해당 기간의 70%를 인정해 주는데요. 그래봐야 김씨의 총 연구경력은 3년 4개월(석사 2년, 박사과정 1년 4개월)이었던 것이죠.
그러나 수원대측은 "해당 공고문의 문구는 연구경력과 교육경력의 합산을 뜻한다"고 해석을 했고, 시민단체의 고발로 시작된 검찰 수사에서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서 없던 일이 됐습니다만 여전히 '뒷맛'이 개운치는 않은 게 사실입니다.
참고로 '중앙대 특혜'로 구속된 박범훈 전 청와대 수석의 첫째 딸도 지난해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로 임용됐습니다. 당시 33살이었습니다.
◇ 전설로 회자되는 유명환의 '셀프 특채'
'취업 청탁'보다 한술 더 뜬 사례도 있었습니다.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딸을 외교부에 특채시킨 유명환 씨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 2009년 9월 14일 당시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은 "외교통상부는 한중, 한EU FTA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할 FTA통상 전문인력을 공개모집하오니, 역량 있는 분들의 많은 응모를 바랍니다"라고 특채 공고를 했습니다.
유 장관의 딸을 비롯한 8명이 지원했으나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 탈락했습니다. 특히 유씨의 딸은 유효기간이 지난 어학성적료를 제출해서 더 논란이 됐었죠.
이듬해 유 장관은 자격요건을 수정한 특채 공고문을 다시 냈고 자신의 딸을 특별채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외교통상부는 유 장관의 딸을 특채시키기 위해 응시자격 요건과 시험방법까지 바꾼 것으로 추후 조사결과 드러나면서 '공공의 적' 신세가 되기도 했습니다.
유 장관이 1차관 시절엔 딸을 계약직 5급으로 특채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유 장관의 딸 사랑'은 저잣거리의 안주거리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기도 했었죠.
◇ "느 아부지 모하시노"
"아빠는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 중 하나 아닌가요. 세 가지 직업이 아니면 아빠 아니잖아요. 그냥 옆집 아저씨지. 아니 표정들이 왜 그래요. 취직하려고 도서관에서 스펙 쌓는 사람들처럼"
이젠 개그맨도 이 정도의 멘트로는 사람들을 웃기지 못할 것 같습니다. 패러디가 아니라 현실 자체가 돼버렸으니까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도 사라질 운명입니다. 윗물이 썩을대로 썩었기 때문에 굳이 아랫물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탓입니다.
'똥 돼지'가 계속 양산되는 한 우리사회의 건강성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돈과 힘을 가진자들에 대한 혐오가 적개심으로 승화되는 건 말 그대로 한순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