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연봉 반납, 대기업 총수로 확산?

신한·하나·KB금융 "반납 연봉 재원으로 신규 채용 확대"

(왼쪽부터)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홈페이지 캡처)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각자 연봉의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이들 국내 3대 금융지주 회장은 3일 "최고 경영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솔선수범의 자세로 이번 달부터 보수의 30%를 반납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연간 총보수가 5억 원 이상인 등기임원 연봉을 공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라 공개된 지난해 김정태 회장 연봉은 17억 3700만 원이었다.

또, 한동우 회장은 지난해 12억 3300만 원을 받았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해 총보수가 5억 미만이어서 공개 대상이 아니었다.

이번 보수 반납 결의는 전날인 지난 2일 3대 금융지주 회장 조찬 회동에서 논의돼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3대 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결의 배경과 관련해 "청년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동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또 "저금리, 저성장 기조 지속 등 갈수록 어려워지는 금융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이달부터 시작되는 연봉 반납에는 각 금융그룹 회장뿐만 아니라 그룹과 산하 계열사 전무(부행장보) 이상 경영진도 동참한다.

다만 반납 비율은 계열사별로 논의해 정하기로 했다.


과거 임원 연봉 삭감이나 반납 사례에 비춰보면 사장급은 20%, 전무급은 10% 선에서 반납 비율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3대 금융그룹 경영진의 연간 반납 연봉 규모는 각각 20억 원~25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3대 금융그룹은 연봉 반납으로 마련된 재원을 계열사 인턴, 신입사원, 경력직 사원 등 연간 신규 채용 확대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제 관심은 고액 보수를 받는 경영진의 연봉 반납이 다른 금융기관과 대기업으로 확산하느냐다.

이와 관련해 모 금융그룹 관계자는 "경영진 연봉 반납 결의를 금융권이 다 모여서 한다면 자율성 침해 논란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단 민간 금융지주 대표 3명이 나선 만큼 다른 금융권도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번 3대 금융지주 회장의 연봉 반납 결의는 삼성과 현대, LG 등 재벌기업 총수나 고액 연봉 임원들에게도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가 신규채용 확대를 명분으로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세대 갈등 조장'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3대 금융지주 회장이 스스로 밝힌 대로 '최고 경영자로서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가진 것 일부를 내놓는 '솔선수범'을 보인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로부터 총 42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LG 구본무 회장도 34억 3400만 원을 받았고,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의 올 상반기 보수 총액은 29억 5000만 원이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등은 등기이사를 맡지 않고 있어 연봉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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