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정상회담이 종료된 뒤, 시 주석이 말했다고 하는 문제의 ‘모두 발언문’을 배포했다.
배포된 발언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오늘 날 박 대통령과 저(시진핑 주석)의 협력으로 현재 한중 관계는 역대 최상의 우호 관계로 발전했다”는 대목였다.
박 대통령을 만난 시 주석이 한중 관계를 “역대 최상의 우호 관계”로 평가한 것인 만큼,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 발언을 주요 뉴스로 다뤄 기사를 송고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 주석은 문제의 발언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들이 일제히 오보를 전한 셈이다.
방송기자들은 영상 촬영본에서 시 주석의 해당 발언을 찾으려고 했으나, 부합되는 대목이 없으니, 결국 포기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청와대의 설명에 따르면 통역과 번역에 문제가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역과 번역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다“며 ”현지 문화원 관계자에게 번역을 부탁했는데 의역하면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한중정상회담은 정해진 시간 안에 두 정상간의 보다 많은 대화와 정보 교환을 위해, 평소처럼 순차통역이 아니라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는데, 회담을 준비한 중국 측은 마침 동시 통역기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시 주석의 발언을 녹음해 문화원에 번역을 의뢰했는데, 과도한 의역이 이뤄지면서 사달이 났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취재진에 빨리 자료를 지원하려다가 생긴 일, 잘 해보려고 하다가 생긴 일”이라며 양해를 당부했다.
문제를 발견한 청와대는 이후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한 최종본을 취재진에 배포했다.
최종본에는 한중 관계의 경우 “역대 최상의 우호 관계”라는 표현이 사라지고 “한·중 양국은 우호적인 이웃국가”, “한-중 관계는 현재 정치적 상호신뢰, 경제·무역협력, 인적 교류가 함께 전진하는 기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등 비교적 낮은 수위의 내용으로 채워졌다.
결국 오보를 낸 기자들은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일제히 최종본의 내용을 토대로 기사를 다시 작성해 송고하기에 이르렀다.
청와대가 아무리 신속한 취재 지원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하지만, 공신력을 담보하지 못한 통역과 번역으로 한중정상회담 소식을 갈망하는 대중들에게 오보를 전하도록 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