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속의 고래' 국민연금기금 어떻게 하나

[국민연금기획시리즈 3] '연못 속의 고래'가 된 국민연금 기금 운명은?

최근 삼성과 롯데 등 재벌그룹의 지배구조가 문제되면서 상당수 재벌기업의 최대주주나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과연 재벌개혁의 기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5백조 원을 넘어선 국민연금기금의 고민은 무엇인지, 노후의 안정적인 소득보장이라는 당초의 목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를 3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국민연금, 재벌개혁의 덫인가?
2. 국민연금은 거대한 사기인가?
3. '연못 속의 고래'가 된 국민연금의 운명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국민연금기금은 ‘연못 속의 고래’로 비유되곤 한다.

기금 규모는 이미 5백조원대로 GDP(국내 총생산)의 30%를 넘어섰다.

고래만큼 커진 국민연금 기금에게 국내 자본시장은 안에서 제대로 움직이기에 비좁은 연못이 되고 말았다.

2013년 기준으로 국민연금기금의 채권 투자액은 257조원으로, 전체 국내 채권 발행액의 13.7%를 차지했다.

주식 투자액은 83조원으로 국내주식 시가총액의 6.4%였다.

정부가 30년짜리 장기국채를 맘놓고 발행할 수 있는 것은 국민연금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민연금기금은 채권시장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주식시장에서도 260개 상장기업의 지분을 5% 이상 가진 대주주가 됐다.

국민연금기금이 지분을 더 늘렸다가는 대한민국 대부분의 상장기업이 국민연금의 지배하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연금기금 5백조원대에도 실정이 이런데, 앞으로 천조, 2천조로 규모다 더 커질 경우 그 양상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국내 채권이나 주식시장에는 투자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고 더 이상 마땅히 투자할 수 있는 곳도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연못 속의 고래'가 된 국민연금기금은 어디서 수익을 발굴해야 할까.

국민연금연구원의 추계 결과 수익률을 1% 높이면 보험료율을 2.5%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060년으로 예상되는 기금고갈시점을 8년 정도 늦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 만큼 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국민연금기금의 지상과제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국민연금기금에 수익률을 추가로 높이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먼저 현재의 수익률은 적정한 것인가.

◇ 기금 운용수익률 5.25%25 vs 12%25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지난해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수익률은 5.25%, 수익금은 23조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6.21%, 누적 수익금은 212조원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익률은 국내 공적 기금 가운데 가장 높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지난 2013년까지 최근 5년간 평균수익률도 6.93%로, 캐나다와 네덜란드, 노르웨이, 일본 등 비교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수익률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평가가 서로 다르다.

원종욱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위원은 “지난해 국제자본시장의 시장수익률은 12%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비교해볼 때 5.25%는 이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원종욱 연구위원은 "현 국민연금 기금 운용시스템으로는 전략적 자산배분과 집행능력에 한계가 있다"며 "너무 국내시장만 쳐다보고 국내시장에 배분된 것을 정상으로 보고 있어 문제"고 덧붙였다.

반면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국민연금기금은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인 만큼 한두 해의 실적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누적수익률로 실적을 평가하는 것이 맞고 누적 수익률은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올라가면 자기 목적을 다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며 "국민연금기금의 지금까지 수익률은 우리나라 경상 GDP(국내총생산) 성장률과 비슷한 만큼 적정하다"고 평가했다.

김교수는 "수익성을 높이려면 투자위험도 덩달아서 높아진다"며 "미래의 노후자산인 국민연금이 이 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려고 하는 것은 그만큼 투자위험을 높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지금까지 국민연금기금 운용은 잘해왔다고 평가한다"며 "10년으로 볼 때 6, 7%의 수익을 거둔 것은 박수 쳐 줄 일"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앞으로가 문제다.

그동안의 실적이 미진했으면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고 적정했으면 그것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와 관련해서는 해외투자비중을 더 높이는 방안,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를 개편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 해외투자, "신중해야" vs "고래 바다로 나가 헤엄치는 것"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먼저 해외투자비중을 더 높이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국내 채권과 주식투자가 한계에 달한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국민연금공단도 이러한 현실인식에 따라 해외투자의 비중을 점차 높이는 쪽으로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올 1.4분기 현재 해외에서 주식과 채권투자, 대체투자한 자산은 총 106조로 전체 기금의 22%에 이른다.

지난 2012년만 해도 이들 해외투자자산은 63조로 전체의 16% 수준이었다.

불과 3년도 안돼 해외투자자산이 43조가 더 늘고 늘고 비중도 6% 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이에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내에 투자를 유치하려고 하는데 국내 있는 돈 해외로 빼돌리는 것"이라며 "포트폴리오 안전자산 차원에서 빼는 것은 맞지만 지금은 그런 차원이 아니다. 해외주식투자는 금융위기가 나면 다 날라간다는 것은 스웨덴 등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가 "국민연금 보험료의 절반은 기업들이 낸 돈인데 기업들이 낸 돈으로 해외에 투자하는 것은 문제"라며 당장 우리 기업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못 받고 있는데 국민연금기금이 해외에서 그 나라를 위해 투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자본시장은 워낙 크기 때문에 연못이 아니라 바다다. 고래가 연못에서 빠져 나와 얼마든지 헤엄칠 수 있다"며 "해외투자는 분산투자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고 오히려 안전하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이어 "앞으로 국민연금 기금이 급속도로 줄어들게 되면 자산을 일시에 팔아야 하는 때가 올 수 있는데 이 때를 대비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팔아도 유동성 위험이 없는 해외유동자산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개발연대도 아니고 자본시장이 개방돼있는 글로벌 금융시대인 만큼 국내 투자는 돈벌이만 되면 국민연금이 투자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게 돼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선도해서 개편안을 공개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 기금운용위원회,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운영돼야

정부 개편안의 골자는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따로 떼어내 공사화하고,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기구화하며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장관급 주제로 격상한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남재우 연구위원은 “현재의 기금운용조직은 기금규모가 50조 미만일 때 설계된 것으로 5백조가 넘는 기금규모에 맞는 새로운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부안은 기금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지지입장을 밝혔다.(19’37)

김용하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의 근본적인 문제는 수익률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내 주요기업을 모두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기금규모의 '거대성'에 있다"며 "기금운용위원회와 공사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고 권한과 위험의 분산차원에서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기금규모와 운용방법에 따라 특화된 몇 개의 기금으로 나누어 공사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수정안을 제시했다.

김연명 교수는 더 나아가 “국민연금은 정치로부터는 물론 시장으로부터도 독립돼야 하는데 정부안은 기금운용위원회를 금융투자전문가가 장악해 시장에 종속되게 하는 방안”이라며 “기금운용위원회 밑에 기금운용본부와는 별도로 투자정책국과 성과분석국, 준법감시국을 상설조직으로 두고 기금운용위원회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금운용본부가 독립돼 공사화되면 공격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정부 입김에 휘둘려 안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되 일부 제도를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대입장을 개진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처럼 여러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의견수렴과 개편추진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사회투자자본 투자" vs "국민정서 맞지 않아"

한편 국민연금 기금 운용과 관련해 수익률지상주의를 경계하면서 기금을 사회투자자본으로 써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연명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의 모든 문제는 기금이 너무커서 발생한다”며 “수익률을 늘리기 위해 채권이나 주식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5백조 가운데 1/5 정도는 양질의 고용창출하는 중소, 중견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어린이집도 짓고 노인요양시설 병원도 짓고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등 사회투자자본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이런 방법으로 인구가 많이 늘고 젊은이들이 취업을 많이 해서 보험료를 내야 국민연금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 아니냐”며 이 방법이 당장은 수익과 연결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를 살리고 국민연금기금의 고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는 국민정서나 국민연금원리와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용하 교수는 "일반 국민들은 국민연금이 저축이고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쌓은 돈으로 사회투자를 하는 것을 용납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수는 또 "미래 세대 입장에서는 편안하게 아이 키우고 교육비도 많이 들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투자를 하는 것은 좋지만 국민연금기금을 헐어서 쓰게 되면 기금고갈이 더 빨리 오게 되고 그 부족분을 미래세대가 추가로 메워줘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커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찬 교수도 "저출산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회수될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언제 회수될지 모르는 사업에 국민연금 돈을 쓰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런 투자는 정부예산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연못 속의 고래'가 된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모색작업이 계속 경주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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