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로몬] SH공사는 '高분양 장사'를 하나요?

쓸로몬은 쓸모있는 것만을 '즐겨찾기'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 입니다. 풍부한 맥락과 깊이있는 뉴스를 공유할게요. '쓸모 없는 뉴스'는 가라! [편집자 주]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의 마곡지구 공공주택 공급가에 대한 서민들의 원성이 높습니다.

'고(高) 분양가 책정'으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해야 할 공공기관이 자기 뱃속만 채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SH공사가 이달 분양하는 마곡지구 아파트 단지의 2차 분양가는 59㎡형 4억~4억1000만 원, 84㎡은 5억2000만~5억6000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이는 지난 2013년 8월 1차 분양 때보다 약 1억 원 이상 오른 것입니다.

그렇다면 궁금합니다. 과연 1억 원은 왜 오른 것일까요. 1차 분양과 2차 분양 사이의 기간 동안 건설 자재비용 등 건설원가가 폭증해서일까요? 아니면 1차 분양 아파트 토지매입가보다 2차 분양 아파트 토지매입가가 비싸서일까요?

건설사 한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최근 건설 자재 비용이 폭락한 상황이어서 1차 분양 때와 2차 분양 때의 마감재와 내부 자재 등의 비용 차이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토지 매입비용도 SH공사가 서울시에서 매입했으니 비싸게 사지도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이죠.

그렇다면 단순히 시세폭등에 따른 분양가 조정이라는 얘기가 되는데, 이렇게 되면 SH공사는 존립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서민을 위해 존립하겠다던 SH공사가 서민을 상대로 분양 장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니까요.


특히 이번 고분양가의 경우,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도 어긋나는 행태입니다. 가계부채가 1200조 원에 육박하며 정부에서는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공기업인 SH공사가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조장하고 있는 꼴인 셈이죠.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가계부채는 늘고 있는데 고분양가의 공공주택 공급으로 서민에겐 그림의 떡이 됐다. 금융당국에서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이런 SH공사의 정책은 도리어 빚내서 집사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SH공사는 이번 마곡지구 분양가를 주변 시세 대비 80%로 잡았다는데요. 이 역시 이상합니다. SH공사는 지난 2007년 강서구 발산 택지개발지구 1, 3, 6단지 분양가격을 주변 시세의 55% 수준으로 책정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정부가 분양원가 공개 및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키로 함에 따라 분양원가를 공개함으로써 주택시장 안정을 꾀한다는 게 그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9년여가 지난 지금은 주택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설립 취지는 무색해졌습니다.

이번 SH공사의 고분양가 공공주택 공급 소식을 접한 서민들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빚내서 집 사라고 했다가 그런 적 없다는 정부의 태도 변화도 억울한 데 이런 상황에서 무주택 서민들에게 저렴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던 공기업마저 뒤통수를 친 셈이 됐으니 말입니다.

금융권에서는 내년 상반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습니다. 이르면 올 하반기 인상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빚더미가 빚 폭탄으로 되돌아올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해 초 매월 폭증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정부 부처들이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인 가계부채협의회를 운영해왔습니다. 하반기부터는 금융회사와 신용정보사 등도 참여시켜 상황점검반을 가동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번 고분양가 장사 논란에 대한 SH공사 측의 입장을 한 번 들어보시죠.

"마곡지구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곳이다. 토지매입비는 1차 분양 아파트와 동일하다. 추후 추가로 보상해야 하는 부분이 있긴 하다. 건설자재비용은 분양 직전에 고시된 기본형 건축비가 적용됐다. 기본형 건축비는 3개월마다 물가상승률 등이 반영돼 갱신된다. 분양가가 오른 것은 감정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감정가는 분양 당시의 상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일부 기사에 나온 시세 대비 80% 분양가 책정이라고 하는 것은 오해다. 시세 대비 몇 %, 이런 식으로 분양가를 책정하지 않는다. 책정하고 보니까 시세 80%라는 것을 알게 됐다."

설득력이 있다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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