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포르쉐 '법인용 슈퍼카' 세금탈루…구멍뚫린 세법개정

차량 구입비 상한선 없고, 허술한 운행일지 규제 논란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수억원대 슈퍼카들의 국내 판매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같은 슈퍼카들은 대부분 법인명의의 업무용 차량들이지만 사실 대부분 사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비싼 차들이라 할 지라도 업무용 차량 명목으로 세금을 크게 깎아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슈퍼카 업무용 차량들의 판매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이런 부작용이 해결하기 위해 세법 개정안에서 '업무용 차량에 대한 과세 합리화 방안'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높다.

◇ '서민증세' 논란

업무용차 문제의 핵심은 업무목적과 상관없이 서민납세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높은 구입비용과 사적 사용에 따른 유지비용을 전액 경비처리해 세금을 탈루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업무용차를 업무용도 외에 사적으로도 사용하기 때문에 차량을 구입할 때 사적 과시욕구가 나타날 수 밖에 없어 업무용으로 보기 힘든 필요 이상의 고가의 차를 구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서민납세자들은 ‘도대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넘는 고가의 승용차가 필요한 업무가 무엇인가’라는 의혹과 함께 조세불평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은 사업주의 사적 과시욕구 때문에 비상식적으로 높았던 업무용차 구입비에 대한 경비처리 '상한설정'은 전혀 없다. 또 사업주 가족의 사적 사용 방지와 사적 사용에 따른 비용에 대해 제한적으로 과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안은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모든 업무용차의 구입,유지비에 대해 50%는 기본으로 경비처리를 허용하고, 나머지 50%는 운행일지를 작성해 업무용으로 사용한 비율만큼만 경비로 인정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50%를 초과해 경비로 인정받고 싶으면 운행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이럴 경우 문제는 1천만~2천만원대 저가의 업무용차를 보유하고 있는 중소사업자들의 세부담까지 수백만원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1천만~2천만원대의 저가의 업무용차는 최저생계비 보호목적의 소득세 인적공제(1인당 150만원)와 같이 취급돼야 하지만 현 정부안은 이와 같은 저가의 차까지 모두 과세하겠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업무용차로 고가차가 아닌 1,630만원 소형세단을 구매한 개인사업자의 경우 현재는 경비처리를 통해 5년간 총 1,452만원의 세제혜택을 받았지만 정부안이 시행되면 세제혜택이 최대 절반으로 감소해 726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업무상 사용비율을 70%까지 높인다 하더라도 430여만원의 세부담 증가는 피할 수 없다. 업무용차를 규제하겠다고 1,630만원 저가차를 업무용차로 운행하는 중소 자영업자에게까지 4백만원에서 7백만원까지 증세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에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법인용으로 많이 구매되는 고급 슈퍼카 (사진=자료사진)
◇고가 차량 소유 고소득사업자 여전히 유리…'과세형평성 훼손'

정부 세법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임직원 전용보험에 가입만 하면 2억원대의 차든, 1천만원대 차든 업무용으로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총비용의 50%까지 기본으로 경비로 인정해 주는 규정에 있다.

이 규정으로 인해 정부 개정안은 여전히 고소득사업자에게 유리한 구조여서 과세형평성 훼손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실제로 2억원대 초고가의 세단도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만 하면 구입비에 대해서만 최소 1억원은 기본으로 경비처리가 가능하고, 수리비와 보험료, 유류비 등의 유지비 또한 차량이 비싼 만큼 많이 소요돼 총 경비인정액은 더욱 늘어난다.

결국 정부가 2억원대 차를 업무용으로 사서 100% 개인적으로 사용해도 총비용의 절반(구입비만 1억원)을 공식적으로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꼴이어서 과세형평성 상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에반해 1천만원대 소형세단은 임직원 전용보험에 가입해 50%까지 경비로 인정받더라도 구입비 경비처리액은 500만원대에 불과하고, 유지비 역시 수억원대 세단에 비해 적을 수 밖에 없어 경비 처리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630만원 소형차의 구입비(감가상각비)와 유지비 등 5년간 총비용은 3,474만원으로 추산됐지만 2억5,200만원 B사 최고급세단의 5년간 총비용은 3억2,375만원에 달한다.

정부 세법개정안대로 두 차량의 업무사용비율(50~70%)에 따른 세제혜택을 비교해보면 2억원대 세단은 기본적으로 6,766만원의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반면, 선량한 소형차 사업주의 세제혜택은 726만원에 불과하게된다.

만약 업무용으로 70% 사용한다고 하면 세제혜택 차이는 더 벌어진다.

소형차의 세제혜택은 업무사용비율 50%에 비해 불과 290만원 증가한 반면, 2억원대 최고급차는 무려 2,707만원이 증가해 두 차량간 세제혜택 차이는 8,456만원으로 벌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차별적인 세제혜택이 차이가 나는 근본 원인은 업무용차에 대한 과세 방식이 소득세와 법인세처럼 소득이 많을수록 많이 내는 '누진세 체계'가 아니라, 저가차에서부터 고급차까지 50~100% 내에서 일괄적으로 '같은 공제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허술한 운행일지 규제, 고소득사업주들의 허위작성 만연할 것"

정부 세법개정안은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 가입만으로 업무용차 구입과 유지비에 대해 50% 기본공제(업무사용입증 불필요)를 허용해주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업무용차 규제를 위해 정부가 새로 추진하는 것은 운행일지 작성과 회사 로고(상표) 부착 밖에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시작단계부터 허술한 작성을 허용해 주고 있어 정부가 사업주들의 업무용차 사적 사용에 대해 과세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운행일지를 통해 업무용차 사적 사용에 대해 과세하려면 사업주들이 운행일지를 정직하게 작성하도록 유도하고 허위로 작성할 경우 과세당국이 이를 제대로 적발하고 처벌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관건이다"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부는 운행일지를 매일 기록하지 않고 주1회 또는 월1회 기록해도 인정해주는 ‘간편차량이용명세’나 ‘표준차계부’와 같은 운행일지 기재 간소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고소득 사업주들의 세금 탈루 행위를 정부가 제대로 찾아낼 수 있는 지 우려가 나온다.

대림대학교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세법 개선안은 서민층이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지는 구조이며 조세 형평성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개정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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