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선행 韓유학생,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정태구 (필리핀 노숙자를 도와준 유학생)

지난주 SNS에서는 필리핀에서 찍힌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었습니다. 왜소한 필리핀 할머니와 한 한국인 청년이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었는데요.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사진인 것 같지만, 그 뒷 이야기가 훈훈한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수소문 끝에 찾은 사진 속 주인공과 직접 얘기를 나눠보죠. 필리핀에서 유학 중인 정태구 학생입니다. 정태구 씨, 안녕하세요.

◆ 정태구> 안녕하세요.

◇ 박재홍> 먼저 자기소개 좀 부탁드릴까요?

◆ 정태구> 저는 필리핀 바기오에 살고 있는 정태구입니다.

◇ 박재홍> 바기오 대학에서 공부하고 계신 거죠?

◆ 정태구> 그렇습니다.

◇ 박재홍> 정태구 씨가 찍힌 사진이 굉장히 화제가 되고 있는 것 알고 계시죠?

◆ 정태구> 네. (웃음) 듣고 있습니다.

화제가 된 사진(사진=SNS 캡처)


◇ 박재홍> (웃음) 사진 속의 할머니랑은 무슨 사이였던 거예요?

◆ 정태구> 바기오 시내 도로를 지나가다가… 처음 뵌 할머니였어요.

◇ 박재홍> 그래요. 사진과 함께 SNS에 올라온 내용을 보면 할머니가 계산대 앞에서 머뭇거리고 계실 때 돈이 없으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때 태구 학생이 선뜻 계산을 해 줬다면서요?

◆ 정태구> 제가 그날 밖에 용무가 있어서 잠깐 나왔었는데, 그 할머니가 지나가는 필리핀 사람이나, 한국 사람이나, 다 붙잡고… 배가 고프셨는지 밥을 사달라고 계셨는데요. 그때 할머니가 제 손을 잡으시면서 밥 좀 사달라고 먼저 제스처를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패스트푸드점 들어가서도 이걸 사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는데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시고 패스트푸드점 안으로 들어오시더라고요.

거기에 있는 가드들이 노숙자들을 보면 밖으로 나가라고 하는데, 밖으로 내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마음이 안 좋아서요. 저희 할머니 생각도 나고 해서 사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원하시는 거 고르시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카운터 직원이 할머니가 돈이 없는 걸 보고, 밥을 먹으려면 4000원, 5000원의 돈을 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때 돈을 꺼내서 밥을 사드리고 같이 밥을 먹었죠.

◇ 박재홍> 그러니까 행색이 굉장히 초라한 분이었고, 돈을 낼 형편이 안 돼 보이니까 그 식당에서는 할머니를 내쫓으려고 했는데 그때 정태구 학생이 ‘일행이다’라고 하면서 막기도 한거네요.

◆ 정태구> 네, 그렇죠. 그렇게 된 거죠.

◇ 박재홍> 식사를 사주시고 또 같이 드셨죠?

◆ 정태구> 네. 저도 그때 혼자 나와 있었고 할머니도 혼자 계셔서… 그냥 할머니도 혼자 드시기 좀 그러실 것 같아서 제가 먼저 자리에 앉은 다음에, 할머니 음식이 나오니까 제가 제 앞자리로 앉으시라고 한 다음에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 박재홍> 할머니가 밥을 드시더라도 눈치 볼 수 있으니까, 편하게 드실 수 있도록 같이 앉아 식사도 하신 거네요.

◆ 정태구> 할머니가 오랫동안 밥을 안 드셨는지 먹으면서 손을 많이 떠시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이 좀… 마음이 좀 안 좋았어요.

◇ 박재홍> 그렇군요. 그 장면은 사진이 어떻게 찍힌 건가요? 제가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보니까 무슨 몰래카메라 같이, 그렇게 사진이 찍혔던데요. (웃음)

◆ 정태구> 사진 찍은 분이, 제가 할머니랑 계산대에 있을 때 온 거였어요. 사드리는 모습을 보고 저한테 복 받을 거라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 박재홍> 사진 찍으신 분이요?

◆ 정태구> 복 받을 거라고 제 어깨를 치면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할머니랑 같이 밥을 먹고 있는 도중에 그 여학생이 잠깐 와서 빨리 찍고 가더라고요. 그렇게 찍혔는데…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어요. (웃음)

◇ 박재홍> 그래요, 필리핀 여학생이었나 보죠? 사진 찍었던 분은?

◆ 정태구> 네. 필리핀 현지 여학생이었어요.


◇ 박재홍> 우연히 찍혔던 그 사진이 큰 화제가 됐고, '대한민국 학생이 참 훌륭한 학생이다'라고 소문이 퍼지게 됐어요. 필리핀 현지에는 물론이고 영국 매체에도 소개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기분이 어떠셨어요?

◆ 정태구> 그건 제가 처음 듣는 소리여서요. (웃음)

◇ 박재홍> 그게 알려졌답니다. (웃음)

◆ 정태구> 감사합니다.

◇ 박재홍> 부모님은 한국에 계신 건가요? 아니면 필리핀에 같이 계시나요?

◆ 정태구> 한국에 계십니다.

◇ 박재홍> 그러면 우리 아들 소식에 굉장히 기쁘셨겠네요.

◆ 정태구> 좋아하시더라고요. (웃음)

◇ 박재홍> (웃음) 뭐라고 하세요?

◆ 정태구> 잘 키웠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 박재홍> 우리 아들 잘 컸네, 이런 말씀하셨나봐요. 필리핀 할머니에게 밥을 사주시면서 한국에 계신 할머니 생각도 많이 났다고 하셨는데, 할머니는 생존해 계신 겁니까?

◆ 정태구> 할머니가… 저 어렸을 때 할머니가 돌봐주셨는데요. 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셨어요.

◇ 박재홍> 그랬군요.

◆ 정태구> 네, 그래서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서…

◇ 박재홍> 할머니 생각도 많이 나셔서 필리핀에서 만났던 이름 모를 할머니의 모습을 뿌리칠 수 없었고, 또 밥 한끼 따뜻하게 대접을 했던 겁니다. 그래요, 참 부모님도 흐뭇하시겠지만 이 소식을 들은 많은 한국 사람들이 굉장히 기뻐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한국에 계신다고 하는데 방송 들으실 거 아니에요. (웃음) 부모님께 공부 열심히 하고 돌아가겠다, 한 말씀하신다면요?

◆ 정태구> “엄마, 아빠 외국에 나와서 잘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시지 마시고요. 그리고 군대 가 있는 동생도 군대생활 잘하고 제대하고 보자, 사랑합니다.” 이렇게 전하고 싶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부모님께 제가 전해 드리고 싶은 건 ‘아드님 참 잘 키우셨습니다.’ 이런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네요. 건강하시고 또 하시던 학업 잘 마무리하시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

◆ 정태구> 감사합니다.

◇ 박재홍> 오늘 1부에서는 필리핀 현지에서 ‘황제관광’을 하는 어글리 코리안 소식을 전해드렸었는데요. 3부에선 이렇게 선행으로 주목받은 한인 대학생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참 가슴이 따뜻했네요. 필리핀에서 공부하고 있는 정태구 학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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