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남북 당국회담과 이산가족상봉 실무접촉 준비 등 후속대책 마련에 나섰고 북측도 비교적 유화적인 모습이다. 적어도 어깃장을 내려는 태도는 아니다.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25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지뢰도발은 “근거없는 사건이라면서도 협상 결과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화해 무드는 여전히 불안한 평화다. 북한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할지도 아직은 반신반의다.
북한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이나 회담 대표의 격 같은 사소한 것도 꼬투리 잡아 판을 엎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난 2013년 9월에는 이산가족 상봉 불과 나흘 전에 행사를 무산시켰다.
이번 합의도 대북방송이란 ‘급한 불’을 끄는 게 북한의 주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낙관만 하긴 어렵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실제 이행 과정은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 성급한 기대감을 갖는 착시현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과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 접촉이 향후 남북관계의 1차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8.25 합의의 모멘텀이 살아있는 기간이기 때문에 일단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측을 상대로 상봉 정례화 및 상시화를 너무 밀어붙일 경우 역풍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
당국회담도 ‘급’과 같은 형식에 너무 매달리기 보다는 일단 출항부터 시키는 게 중요할 수 있다. 8.25 합의의 동력이 살아있을 때 추진하는 게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월에는 남북관계를 또 다시 파탄 낼 수 있는 초대형 암초가 기다린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에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핵보유국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할 공산이 큰 것이다.
북한이 체제유지의 근간으로 삼는 핵·미사일 능력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용이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다.
그렇다고 임기 말의 오바마 미 행정부가 움직여줄 가능성도 희박하다.
미국은 지금까지도 ‘전략적 인내’란 이름으로 북한핵을 정책 우선순위의 뒷전에 미뤄둔 채 사실상 방기해왔다.
설령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압박을 더 강화한다고 해도 군사적 수단이 배제된 상태에선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없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도 예전같지 않다. 중국 전승절에 북한 대표로 참석하는 최룡해의 권력서열이 6위라는 점은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잘 말해준다.
결국 거의 유일하게 남은 해법은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대화 공세로 우리 스스로의 대북 ‘지렛대’를 키우는 것이다.
제3의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는 한, 북한도 대화 중에는 도발을 가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