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새정치민주연합이 요구한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 대신 일본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일부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나왔지만, 정의당은 이를 '개악'이라고 못박고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심상정 대표는 25일 거대 양당이 이날 정개특위 선거법심사소위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수 결정은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위임한다'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을 시도하려는 데 대해 "비례의석 축소 가능성을 열어둔 양당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다.
여야가 비례대표 비율 결정을 선거구획정위로 '공'을 넘겼지만, 자칫 지역구만 늘리는 방향으로 흐를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심 대표는 일각에서 절충안으로 제시된 일본식 병립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정치개혁을 후퇴시키는 발상을 중단하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독일식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의 권역별 총 의석수(지역구+비례대표)를 배분하는 방식이고, 일본식은 이미 정해진 비례대표 총 의석수를 권역별로 나눠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방식이다.
지금의 전국구 비례대표제에서는 정당지지율 3% 정도가 원내진입을 위한 마지노선이지만, 일본식을 도입하면 문턱이 훨씬 높아지게 된다.
정의당이 자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6개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얻기 위한 최저 정당 득표율은 5~20%로 치솟는다.
이 때문에 심 대표는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맞게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식에 대해선 새누리당이 '과반의석 붕괴'를 우려해 반대하고 있어, 권역별 비례제 도입 논의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기 어렵게 됐다.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게 공통분모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국회 정개특위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 의결이 또다시 불발됐다.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발전불균형과 지역대표성 문제 등을 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여당에서 조금 더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헌법재판소 판결로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고 (조정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27일 다시 논의해 의결하기로 했고 또 미뤄진다면 이는 전적으로 여당의 책임이란 부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