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의 군 '넘버투'라고 할 수 있는 김관진-황병서 라인이 25일 새벽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남북의 통일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통통'라인과 함께 향후 남북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김관진-황병서 라인을 이끌어 낸 것은 우리쪽이다.
지난 22일 오후 4시 북한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김관진-김양건 접촉을 제의했다.
이날 오후 6시 우리측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명의의 답신을 통해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대신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나오라는 수정제의를 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북한 인민군의 1인자이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제외하고는 북한 권력서열 2위에 해당하는 고위급 인물이다.
우리의 수정제의를 받고 대답없는 22일 밤을 보낸 북측은 다음날인 23일 오전 9시 쯤 황병서 총 정치국장과 김양건 통전부장이 나올테니 우리측에서는 김관진 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나올 것을 요청해 왔다.
당초 북측이 생각했던 대화채널 김관진-김양건에서 보다 북측 당사자의 격이 더 높은 고위급인 김관진-황병서 라인이 생기고 여기다 '통통'라인인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라인까지 합세한 2+2 라인이 생겨나는 순간이었다.
특히 김관진-황병서 대화채널은 지난해 10월 인천에서 개최된 아시안게임 폐막식을 계기로 한번 안면을 틔웠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것으로 회담성과에 대한 기대를 낳았았다.
물론 당시 만남은 식사를 겸한 환담이었고 분명한 의제를 가진 정식회담은 아니었지만 이번 회담은 우리로서는 목함지뢰도발과 포격도발에 대한 '주체가 분명한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분명한 의제가 있었고 북측으로서는 '확성기방송 중단'이라는 과실을 따야 하는 목표가 확실했다.
결국 김-황 라인의 사흘에 걸친 마라톤 협상에서 우리측은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의 군인들이 부상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북측이라는 주체와 유감표명이라는 형태의 사과를 얻어냈다.
여기다 하나 더 얹어 '비정상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함으로써 북측에는 확성기 방송 중단이라는 과실을, 우리로서는 '비정상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한'이라는 단서를 달아 '재발방지' 기능을 부가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런 성과는 우리로서는 NSC 즉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이자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북한군 총정치국장이자 북한 권력서열 2위인 황병서의 채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햇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남북의 최고위급이자 남북 권력자의 지근거리에 있는 '실력자'간 대화채널이 이번에 남북모두의 현안을 해결해 냄으로써 이 대화채널의 가치는 충분히 입증됐다.
관심은 향후 남북관계에서도 이 채널이 계속 가동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일단 김관진-황병서라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한군 총정치국장 라인이 지속적으로 가동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북측이 당초 황병서를 회담의 당사자로 내세우지 않았다가 우리측의 요구를 받아 뒤늦게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여기다 군사분계선 전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함으로써 자신이 지휘하는 인민군의 정신전력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황병서가 고육책으로 회담에 나왔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남북간 접촉에서는 이번에 복원된 '통통라인' 즉 우리측 통일부 장관과 북측 통일전선부장의 라인이 먼저 가동되고 결정적 단계에 국가안보실장-총정치국장 라인이 가동될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회담성과를 설명한 직후 가진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기관 또 담당하는 부서에서 발전시킬 사항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해당기관, 담당부서라는 단서를 단 것이 이런 예상을 뒷바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