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권 등에서는 '강력한 응징 수단이 고작 확성기 방송이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이번 남북 고위급접촉을 통해 확성기 방송의 위력은 여실히 증명됐다.
우리 측의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고위급접촉을 제안하게 할만큼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북한은 이번 고위급접촉에서 우리 측의 도발 사과 및 재발방지 요구에 상응하는 핵심 요구사항으로 확성기 방송 중단을 내걸었다.
◇ 北은 왜 확성기 방송에 민감했나
이중 북한사회의 실상을 담은 방송은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그토록 민감했던 첫 번째 이유였다. 북한 정권에 의해 철저히 차단되거나 왜곡돼 정작 북한 주민은 몰랐던 북한 사회의 실상이 최전선에 배치된 북한군 병사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특히, 인권 탄압 등 북한 정권의 민낯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내보냄으로써 주체사상과 우상화교육을 통해 체제를 지탱해오던 사상적 기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북 확성기 방송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만 3번 방문했지만 김정은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외국 방문을 못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국제사회에서 갖는 실제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전세계 젊은이들을 휩쓸고 있는 K-POP 히트곡들은 북한의 신세대 병사들에게 그동안 남한에 대해 교육받고 세뇌당해온 모든 것을 송두리째 뒤바꿔놓는 정서적 충격으로 다가갔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에 확성기를 통해 방송된 가요들은 아이유의 '마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빅뱅의 '뱅뱅뱅' 등이었다.
◇ 11년만의 방송 재개…15일만의 중단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것은 2004년 6월 이후 11년만이었다. 2004년 당시 남북은 장성급회담을 통해 서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우리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2년부터 실시됐는데 확성기 1기에 500W(와트)급 스피커 48개가 장착돼 야간에는 최대 24km 떨어진 곳에서도 방송이 들렸다. 개성에서도 청취가 가능했다.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에 따른 5·24조치 때도 11곳에 확성기만 설치했을 뿐 실제 방송을 미뤘던 우리 군은 목함지뢰 도발로 10일 오후 5시부터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파주와 연천 2곳을 시작으로 해서 휴전선 전역인 11곳으로 전면 확대됐다.
그리고 15일간 그 위력을 과시한 방송은 한밤의 극적 협상 타결로 25일 정오 다시 막을 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