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지난 22일부터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고위급접촉 결과를 토대로 모두 6개항에 이르는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진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제2항)한 것이다.
이는 ‘주어(주체)를 특정한 사과’가 돼야 한다는 우리 측 입장이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사과’ 대신 ‘유감’이란 표현이 사용됐지만 이 정도의 문구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밝힌 수준에 거의 근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정전협정 이후 400~500차례에 이르는 대남도발 가운데 확실하게 사과를 표명한 것은 1968년 1.21 청와대 기습사건 뿐이다.
그나마 이 조차도 발생 4년여 뒤인 1972년 5월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북한에 밀파됐을 때 간접적으로 이뤄졌다.
이런 점에서 이번 북한의 ‘직접 사과’는 남북 분단 70년사의 이례적인 일이자, ‘도발→위협→보상’이란 악순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된다.
우리 측이 요구했던 ‘재발 방지 약속’도 표현을 달리 했을 뿐 내용상으로는 포함됐다.
합의문 3항은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하였다”고 기술했다.
이 가운데 ‘비정상적인 사태’는 북측의 도발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재발 방지와 연계를 시켜서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임으로써 여러 가지 함축성 있는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과정에서 (협상)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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