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깜깜이 협상…"도발 사과" VS "대북방송 중단"

22일 오후 남북 고위급 접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가운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 황병서 북한 군총정치국장(왼쪽)과 김양건 노동당비서(왼쪽 두 번째)이 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남북 고위급 접촉이 협상 과정을 알 수 없고,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깜깜이 마라톤' 협상을 27시간 넘게 이어가고 있다.

다만 우리 측이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회담 의제로 규정지었음에도 북한이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부인하면서 협상이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는 관측만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회담의 성격은 무엇보다도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 도발을 비롯한 도발 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러면서 "매번 반복돼 왔던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과와 재발 방지'를 두 차례나 거론하며 강조한 셈이다. 고위급 접촉의 의제가 지뢰 문제로 불거진 갈등을 풀기 위한 회담임을 분명히 한 것이면서 북측의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고 쐐기를 박은 셈이다.

하지만 북측은 DMZ 지뢰 도발은 물론이고, 우리 측을 향했던 고사총 사격조차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북한이 기초적인 사실관계에서부터 우리 정부와 인식을 달리하고 있고, 사과를 거부하고 있는 점이 협상 공전의 원인인 셈이다.

때문에 협상은 유례없이 긴 지루한 줄다리가 돼 가고 있다.

당초 우리 측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한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2+2' 회담에 들어간 것은 지난 22일 오후 6시 30분이었다.

이들은 23일 오전 4시 15분까지 10시간에 걸친 1차 협상을 벌인 뒤 소득이 없자, 지난 23일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6시를 넘긴 시각까지 2차 협상을 진행했다.

'무박 2일' 협상을 두 차례나 반복했음에도 결과를 못 내 남북 간 사상 유례가 없는 사흘째 밀고 당기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북측은 이른바 '최고 존엄'(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한 모독으로 여기는 대북 심리전 방송의 즉각적인 중단과 확성기 철거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우리 정부는 대북 심리전 방송은 북한의 지난 4일 DMZ 내 지뢰도발로 재개된 것인 만큼 지뢰도발에 대한 시인과 사과, 책임자 처벌 등 재발 방지가 선행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남북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1차 접촉은 물론 2차 접촉에서도 정회를 거듭하는 한편 때로는 김 실장과 황 국장 간 1대 1의 '담판' 협상까지 섞어가며 합의를 도출하려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시급한 군사분계선 인근 '군사적 충돌' 가능성 해소를 위한 해법 논의에서부터 이산가족 상봉, 5·24 조치 해제 등 남북 정상회담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남북 간 현안이 논의되면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다만 협상 자체가 이틀 밤을 새우고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이 끝장 대화를 통해 막판 타결을 시도하고 있다는 막연한 추정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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