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접경지 주민 '위기감 속 피난까지'

마을 대피소로 피신한 접경지 주민들이 불안감 속에 남북 상황과 관련한 TV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급한대로 짐을 싸서 아들, 며느리, 손자들 다 데리고 피난을 올 수 밖에 없었죠"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에 사는 배양호(64) 씨는 22일 낮 12시 오미자 밭에서 일을 하다 마을회관 확성기를 통해 울리는 대피령에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전방지역이지만 6.25 전쟁이 끝나고 실제 대피령이 내려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배 씨는 아내와 상의 끝에 가족들을 데리고 경북 울진에 사는 처제 집으로 피난을 결정했다.

"바로 북한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처지라 포탄이 언제 어디로 떨어질 지 모르죠. 그래서 일단 몸을 피하기로 했어요. 인근 주민들이나 군인 가족들 중에서도 피난을 갔다는 얘기도 들었구요"

23일 오후 3시부터 남북 고위급 회담이 재개된다는 소식에 다시 귀가를 위해 짐을 꾸리기 시작한 배 씨. "어떤 결과보다 평화가 정착되는데 뜻을 모았으면 좋겠다"는 접경지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강원도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 접경지 5개 군 주민 1천 957명은 22일 오후 대피령이 발령돼 마을 대피소 등지에서 주말 저녁을 보냈다.

이 중 양구, 인제, 고성은 대피령이 해제돼 주민들이 귀가했으며 철원, 화천은 대피 주민 일부가 생업에 복귀했지만 현재까지 대피령이 유지되고 있다.

고성군 명파리 이종복(60) 씨는 "주민들이 학교 체육관에서 밤새 머물며 회담 결과를 기다렸는데 결론을 내지 못해 아쉬워했다"며 "평화롭게 사태가 해결돼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도 다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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