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을 개시하겠다던 시점을 불과 2시간여 앞두고서다.
남북은 이날 오후 6시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간의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전격 합의했다.
남북은 지난 4일 북한의 지뢰도발과 우리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이어 지난 20일 북한의 포격도발과 우리 군의 대응 사격 등으로 강대강의 대결 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북한은 전날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한데 이어 외무성 성명을 통해 ‘전면전 불사’ 방침을 공언하며 위협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우리 군도 한미 연합 차원의 응징 방침과 함께 22일 오전에는 양국 공군의 F15K와 F16 전투기 8대를 출격시켜 합동으로 편대비행 하며 무력시위를 벌었다.
북한의 추가 도발시 도발 원점에 대한 응징 수단이 비단 지상전력에만 국한되진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낸 셈이다.
이번 고위급 접촉으로 화급한 발등의 불은 껐지만 결과에 대한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우리 측은 북측의 도발 사실 시인과 사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반면 북측은 지뢰도발은 물론 포격도발 자체를 남측의 ‘자작극’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양측의 간극이 워낙 크기 때문에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다 감정만 더 악화된 채 헤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양측 모두 상황의 엄중함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극적인 출로 찾기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미 최고조에 근접한 군사적 긴장 수위를 지금보다 더 높일 경우 우발적인 작은 충돌만으로도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확대될 수 있다.
북측이 이미 지난 20일 김양건 비서 명의로 서한을 보내 사태 수습과 관계 개선 의사를 밝힌 것도 희망적인 요인이다.
북측의 이런 화전 양면전술에 대해 정부는 “대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어찌됐든 남북 고위급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된 것은 일말의 기대를 걸게 하는 부분이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지난해 10월 아시안게임 폐막식을 계기로 만난 적 있는 구면이라는 사실도 긍정적이다.
김 실장은 당시 북측의 2인자 격인 황 총정치국장의 손을 잡으며 친숙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번 담판 한 번에 사태를 완전 종결하긴 힘들겠지만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하며 진정 국면으로 전환시킬 가능성은 예상할 수 있다.
잇단 도발에 대한 북한의 시인과 사과 등은 추후 협상에서 다루되, 일단 양측이 전투준비태세 완화와 대북 확성기 방송 축소 정도만 합의해도 수습의 실마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