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청와대는 "이날 오후 6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우리측 김관진 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에서는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당 노동당 대남 비서가 접촉을 갖기로 오늘 오후 합의했다"고 밝혔다.
남북 고위급 접촉은 북측의 최후통첩 시간인 이날 오후 5시를 불과 수시간 앞두고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남북은 총구를 상대를 향해 개문하고 '강대 강'의 대치상태로 긴장을 끌어올렸다.
남북이 일단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기로 함에 따라 양측의 극단적 대치는 숨고르기에 들어가게 됐다. 남북 관계가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이며 현기증이 날 정도이지만 그나마 양측이 전격적으로 대화를 갖기로 한 것은 치명적인 '더 큰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이심전심이 통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돌발적으로 고위급 회담을 개최한다는 사실은 남북관계가 그만큼 불안정하고 관리와 통제가 안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선 현재의 위기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는 큰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말이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이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야 하는데 서로 대화가 안되다 보니까 '돌발적 위기' 해소를 위해 불행중 다행이지만 고위급 회담이 돌발적으로 생성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남북의 수석대표인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 등 북한 실세 3인방은 작년 10월 4일 아시안게임 폐막식 계기로 인천을 전격적으로 방문했고 시내의 한 식당에서 처음으로 오찬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양측은 당시 남북간 대화를 복원하고 '통크게' 대화를 하자는데 합의했다.
당시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정홍원 국무총리와의 면담에서 "소통을 좀 더 잘하고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는 대통로를 열어가자"며 남북 간 통 큰 대화를 시사했다.
하지만 북에서는 김정은이 장성철 등에 대해 무자비한 숙청에 들어갔고 남측은 극소수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띄우기를 막지 않아 양자 관계는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다. 남북모두 상황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번에 두번째로 가동되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양측은 'DMZ 목함지뢰 사건과 대북 확성기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를 벌이게 됐다. 남측은 목함지뢰 사건에 대한 사과와 지휘관의 처벌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북측은 이에반해 무조건적인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그동안의 양측 관계를 살펴볼때 어려운 대화이지만 양측 모두 '위기 에스컬레이팅'에 대한 부담 또한 만만치 않기때문에 일시적인 봉합조치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위기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동시에 위기때마다 고위급 회담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현 남북대화 구조는 매우 불안정하고 투박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위기의 본질은 '완충지대'가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