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스크린 타고 호숫가에 내려앉은 희망의 노래
② "음악이 곧 역사"…스크린 속 뮤지션들의 외침
③ 갈등 누그러뜨리는 음악적 교감 직시한 카메라
'원 써머 나잇'이란 프로그램으로 저녁마다 관객을 매혹시키는 야외영화 상영과 공연이 펼쳐지는 청풍호반. 이곳에서 호수를 굽이굽이 에워싼 산풍경에 감탄하고 청정한 공기를 맛보면, '영화와 음악 그리고 자연이 함께 하는 영화제' '휴양영화제'라는 제천음악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에 동의하게 된다.
국내 영화제 가운데 휴식과 행복감을 가장 만끽하게 한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제천음악영화제다. 그래서일까, 13일 저녁 오상진과 장윤주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과 함께 청풍호반의 야외극장에서 소개된 개막작 '다방의 푸른 꿈'은 더욱 특별했다.
소박한 스타일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김대현 감독의 이 다큐멘터리가 관객을 압도한 이유는 일제시대와 6·25를 거쳐 70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잊힌 역사를 증언하는 진귀한 소재를 다뤘기 때문이다.
◇ 잊힌 한국 대중음악사에 관한 경이로운 기록
'세 명이지만 여섯 명처럼 보이는 사람들'이란 평을 들었던 김시스터즈가 노래는 물론, 가야금부터 백파이프 등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기를 연주하는 천재들이었다는 기록 화면도 경이로웠다.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에게 여흥을 준 한국 대중가요를 대표했던 음악가족 이야기인 이 독특한 다큐는, 김해송과 이난영의 오빠 이봉룡의 노래 '선창에 울러 왔다' '풍차도는 고향' '오빠는 풍각쟁이야' '청춘계급' 등이 영화 '박쥐' '전우치' '국제시장' '해피엔드'에 쓰인 사실도 상기시킨다.
70대 중반의 나이가 된 김민자 씨가 헝가리에서 남편 토미 빅 씨와 함께 내한해 개막작 상영에 앞서 선사한 특별공연은 인상적이었다. 1950년대에 재즈를 금지했던 헝가리의 공산주의체제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했던 재즈뮤지션의 연주에, 오래 전 고향을 떠나 고난과 영예를 살아 온 최초의 한류 여성 가수는 '목포의 눈물'과 '싱, 싱, 싱'을 불러 감개무량한 순간을 만들었다.
◇ '킵 온 키핑 온' 대상·'막스와 레니' 심사위원특별상…신선하고 진솔한 수작
6편의 극영화와 1편의 다큐라는 다소 불균형적인 경쟁부문이긴 했으나, 대중적인 영화스타일보다는 신선하고 진솔한 수작 두 편에 1000만 원과 500만 원의 상금도 수여했다. 배우 조민수, 감독 민규동, 제작자 파타나버랭군, 작곡가 엘리 마샬이 심사위원이었고, 심사위원장은 홍콩 독립영화의 거장 욘판 감독이었다.
욘판 감독의 역작인 '눈물의 왕자'는 2009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바 있는데, 제천영화제에서는 한국 최초로 이 영화의 감독판을 특별 상영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1950년대 대만 국민에게 고통을 안긴 백색테러가 소재인 이 영화는 감독의 예술적 감각이 역사적 비장미를 더욱 살린 작품이다. 홍콩에서 유명한 패션모델이었으며 사진작가이기도 한 욘판 감독을 집행위원장 허진호 감독이 직접 소개했다. 영화상영 후 감독은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에게 일어난 실화에 자신의 이야기를 넣었음을 특유의 자상한 어투로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