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20일 당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오픈프라이머리 관철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밝혔다. “‘소수자 배려’ 등에 전략공천을 약 15% 정도 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오픈프라이머리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며 발끈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cut off·예비 경선)’ 방침을 밝힌 것도 악재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야당이 컷오프 비율 정도는 전략공천을 할 수 있는 만큼 여야가 합의해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기는 더 어려워져 버렸다”고 평가했다.
‘내우외환(內憂外患)’ 속에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으로 당권을 거머쥔 뒤 내년 총선 주도권까지 장악하려던 흐름이 막히면서 고심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상향식 공천 vs 현역의원 편파’...오픈프라이머리 당내 ‘프레임 싸움’
김 대표는 “국민의 70%가 오픈프라이머리에 찬성하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 정치개혁의 결정판”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최근 오픈프라이머리를 ‘국민공천제’로 명명한 것이 ‘완전’ 국민경선에서 후퇴한 것이며, 결국 여론조사를 섞은 방식으로 우회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도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극구 부인했다.
반발 섞인 반응은 친박 의원들을 중심으로 “오픈프라이머리는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은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에는 ‘하향식 공천’을 강행하려는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고 반발했다. 당 안팎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주변에서 추천한 인사들에 공천을 주기 위해선 국민 참여 경선 방식이 적합지 않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친박 측도 김 대표의 ‘정치적 포석’에 맞대응하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오픈프라이머리는 결국 현역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며 “부작용, 후유증이 예상된다면 그것을 보완할 대책이 전제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역 의원에 유리한 제도를 통해 공천 과정에서 당내 주도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지적이기도 하다.
◇野 ‘전략공천’ 방침도 도움 안돼...“1석이라도 전략공천하면 ‘끝’”
김 대표 입장에선 야당이 컷오프를 통해 ‘현역 물갈이’를 추진 중인 것도 오픈프라이머리 실시에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야당이 현역을 배제한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하게 되면 전체 지역구 중 경선을 실시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게 된다.
친박이 오픈프라이머리의 비현실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역(逆) 선택’ 가능성이다. 독자적인 일반 국민 참여를 허용하게 되면 유권자가 자신의 지지 정당이 본선에서 승리하게끔 상대당의 경선에 참여해 경쟁력이 낮은 후보의 ‘경선 승리’를 도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야가 한 날 한 시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런데 야당이 100% 경선을 실시치 않고 일부 지역구만 경선을 실시하게 되면 야당에 의해 전략공천으로 선택되지 않은 곳에서만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해야 하는 난점이 있다.
때문에 당 일각에선 “야당의 전략공천 입장으로 완전국민경선 방식의 오픈프라이머리는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 측 관계자도 “전략공천을 1석이라도 하게 되면 그걸로 상향식 공천의 대의명분이 사라지게 돼 말 그대로 ‘끝’이다”라고 말했다.
야당이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오픈프라이머리와의 ‘빅딜’ 카드로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이은 ‘석패율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점도 골칫거리다.
석패율제는 비례대표 선거방식 중 하나로 지역구와 비례 ‘동시 공천’을 허용한다. 지역구 승부에서 패배한 후보 중 상대득표율이 높은 후보부터 비례에 할당한다.
이런 방식은 지역구도 상 불리한 곳에서 승부를 건 거물급 정치인의 국회 입성에 유리하다. 대구에서 뛰고 있는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의 사례가 해당된다.
그런데 석패율제를 실시하게 되면 새누리당은 텃밭인 영남(TK+PK)에 야당의 교두보를 일부 내주게 된다. 부산·경남(PK)을 지역 거점으로 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에게 불리하다.
김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석패율제는 새누리당이 이미 당론으로 채택한 제도로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 대표가 영남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석패율제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 입장에선 당론 채택한 방안을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난점이지만, 수용치 않으면 오픈프라이머리 협상도 무산되는 점도 딜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