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무력함' 말하며 1-2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한명숙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저는 무죄"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천만원이 선고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20일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저는 무죄"라며 결백을 호소했다.

이날 대법원 선고직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신공안탄압저지대책위원의에서 한 전 총리는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저는 오늘 정치탄압의 사슬에 묶인 죄인이 되었다. 법원의 판결을 따르지만 유감스럽게도 인정할 수는 없다"며 "국민 앞에서 저는 떳떳하고 당당하게 선언한다. 비록 제 인신을 구속한다 해도 저의 양심과 진실마저 투옥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록 지금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저는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믿는다. 국민의 힘이 마침내 진실의 역사를 만들어주시리라 믿는다"며 "굴복하지 않겠다. 절망하지도 않겠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기도하겠다. 노무현 대통령님으로 시작된 정치보복이 한명숙에서 끝나길 빈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공정해야할 법이 정치권력에 휘둘려 버리고 말았다"며 "법리에 따른 판결이 아닌 정치권력이 개입된 불공정한 판결"이라고 이날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는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20여명이 참석해 침통한 표정으로 한 전 총리의 곁을 지켰다.

문재인 대표는 "진실과 정의, 인권의 마지막 사법부일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가 오늘 참담하게 무너졌다"며 "돈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는데 유죄라는 결론은 국민의 상식이나 정의와 너무나 괴리된 것이다. 실망을 넘어 원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는 "한 전 총리가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무죄라고 확신한다"며 "그런데도 그 진실을 지키지 못하고 한 전 총리를 감옥으로 보내야 하는 우리의 무력함이 참담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시종일관 침통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던 문 대표는 '무력함'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목이 메이는 듯 1-2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우리는 한 전 총리의 무죄를 믿는다"며 "결코 양심의 진실을 묻을 수 없을을 분명히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경 의원도 "광주민주화 투쟁당시 광주감옥소에서 총소리를 들은 한 전 총리가 다시 감옥에 들어간다. 역사가 진전되어온 것이 아니라 다시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나라의 양심을 세우는 일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친노계인 최재성 의원과 한 전 총리와 같은 시민운동가 출신인 김기식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20여명도 참석해 한 전 총리의 곁을 지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에서 한 전 총리는 "많은 것을 준비하겠다"며 흐느꼈고, 의원들은 "그동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강력하게 싸우지 못해 미안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1974년 한국 크리스천 아카데미 간사로 한국 여성운동을 일으킨 한국 여성운동 1세대인 한 전 총리는 2000년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한 뒤 김대중 정부시절 여성부 장관에 이어 노무현 정부 때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총리에 올랐다.

그 뒤로 대선 경선, 총선, 서울시장 선거 등에 연이어 낙선하며 고난을 겪기 시작했고,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장례위원장을 맡아 "다음 세상에선 부디 대통령 하지 마십시오. 정치하지 마십시오. 또 다시 '바보 노무현'으로 살지 마십시오"라는 추모사로 전 국민을 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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