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법원 확정판결로 유죄(징역2년)가 인정된 한명숙 전 총리를 포함해 검찰수사를 받거나 재판 중인 야당인사만 10명에 달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렇게 무더기로 야당 의원들이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야당은 크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한 전 총리는 이날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최초의 여성 총리와 당대표를 지낸 한 전 총리에 대한 유죄 확정은 적지않은 충격파를 던졌다.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가 한 전 총리 재판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서초동에 총 출동했지만 2심 판결이 그대로 인정됐다.
문 대표는 이에 대해 "정말로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한 전 총리 외에 박지원 의원은 저축은행 금품 수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한길 의원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두 사람 역시 당 원내대표와 대표를 지낸 야당의 거물급 인사다.
분양대행업자로부터 3억원 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18일 구속된 박기춘 의원 역시 사무총장과 원내대표를 지낸 3선 중진이다.
이 밖에도 서울예술종합학교 교명 변경을 위한 입법로비에 연루돼 기소된 김재윤(항소심 징역 4년 선고, 수감 중), 신계륜, 신학용의원 외에 처남의 취업을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문희상 의원도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야당이 이런 상황을 '공안 탄압'으로 규정하며 크게 반발하는 것은 갈수록 야당 표적 수사가 심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국정원 댓글사건 관련 외압 의혹을 폭로했던 권은희 의원은 19일 되레 모해위증죄로 기소됐다. 야당은 이 사건을 대표적인 정치 수사로 보고 있다.
검찰은 권 의원의 진술을 토대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했다가 이번에는 권 의원의 말이 거짓이라며 기존 결정을 뒤집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 행보에 대해 '자기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달리 여당에 불리한 사건에 대해선 검찰의 칼은 무디기만 모습이다.
여권에 수억원의 대선 자금을 건넸다는 메모를 남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건은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났고, 국민적 의혹을 사고 있는 국정원 해킹 사건은 수사에 진척이 없다.
이명박 정부시절 수조원의 혈세를 탕진한 자원외교도 공기업 사장 선에서 수사가 맴돌고 있다.
신공안탄압저지대책위 위원장인 이종걸 원내대표는 "아주 독선적이고 감정적인 정치검찰의 기소"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야당은 대책회의를 열고 "정치검찰과 싸우겠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공안 정국'에서 벗어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