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독립투사들의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연출한 덕이 크다.
곳곳에서 화제가 되면서 우리역사의 아픈 곳인 친일논란의 한꺼풀을 다시 벗겼다.
그런데, 흥행이 계속되면서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역사왜곡 논란이다.
영화가 실체적 진실을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일부 언론과 논객들이 영화 '암살'의 등장인물들을 실존인물에 대입하며 역사왜곡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암살'에서 암살작전을 기획하고 주도한 약산 김원봉(조승우 분)의 공산주의 활동을 문제삼고 있다.
항일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義烈團)을 만든 김원봉은 해방정국에서 친일파 청산과 좌익활동을 계속하다 1948년에 백범 김구 선생과 함께 남북협상을 위해 북한에 갔다가 그대로 눌러앉았다.
이후 북한정권에서 노동상 등 고위직을 거치고 전쟁전문가로 6.25한국전쟁에도 참여했지만 김일성에 의해 연안파로 지목돼 숙청당했다.
역사왜곡 주장을 펴는 논객들은 '빨갱이' 김원봉이 미화되고 있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감독이 염동진을 염두에 두고 염석진이라는 가상인물을 설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염동진은 해방정국에서 백의사(白衣社)라는 무시무시한 백색테러 단체를 이끌던 인물이다.
역사학계에서는 백의사가 송진우와 여운형 등의 암살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화 '암살'이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인사들은 염동진을 악역으로 묘사함으로써 해방정국에서 우익 민족주의 세력의 활동을 폄하하고 모욕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제기가 진정으로 역사왜곡을 문제삼는 것인지 특정인물을 선악의 구도에 올려놓고 대비시켜놓은 것에 대한 불만인지 명확하지 않다.
김원봉이 공산주의 활동을 한 것도 염동진이 극렬한 우익인사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 '암살'의 내용은 김원봉의 공산주의 활동이나 염동진의 우익테러를 다룬 것이 아니다.
김원봉이나 염동진의 일부 시절을 모티브로 삼았을 뿐이다. 안옥윤(전지현 분)도 영양 출신의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 선생의 캐릭터를 참고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굳이 좌우를 가리며 영화관람평을 남기고 정치적 셈법을 할 일이 아니다.
영화 '암살'은 전기영화(傳記映畵)가 아니며 전쟁영화도 아니다. 엄밀히 얘기하면 역사의 꺼풀을 씌운 오락영화일 뿐이다.
이들은 그저 영화의 일부 내용을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생긴 불편함을 역사왜곡이라는 시비로 표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영화가 천만관객을 넘어섰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으로 느껴진다.
2013년 '변호인'때도 그랬다. 부림사건의 실체를 왜곡한 영화라는 주장이 영화의 흥행에 흠집을 남겼다.
근래에는 '국제시장'과 '연평해전'의 흥행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며 불편해하는 사람들의 소아병적인 심정도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영화 '암살'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좌우논란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안옥윤이 말한대로 우리 선열들이 일제시대 때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일제 치하, 우리 독립투사들은 저마다 투쟁의 이념과 논리는 있었지만 좌우를 가리지 않고 일제에 맞서 싸웠다.
영화 '암살'에 대해 이념의 장막 뒤에 숨어 역사왜곡 운운하는 것은 그래서 '암살'을 암살하는 비겁한 행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