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지뢰 탓, 자작극"…고개 드는 SNS '지뢰도발 괴담'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한 것을 계기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번 사건에 관한 괴담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사건이 북한군 목함지뢰가 아니라 우리군 지뢰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부터 우리 군의 '자작극'이라는 주장까지 근거 없는 '설'(說)이 난무하며 공론장의 물을 흐리는 양상이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16일 올라온 익명의 글은 "북한의 주장이 국방부의 해명보다 몇 배는 합리적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건에 관한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글은 "북한은 오락가락하는 국방부의 해명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을 다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글은 "지뢰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가 있나"라고 반문하고 "미국 놈들이 '북한 소행으로 몰아가라'고 하고 그에 충실히 따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합동조사단의 이번 사건 조사 결과가 미국의 각본에 따른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다.

익명에 숨은 이 같은 괴담은 합동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 10일 직후만 해도 별로 없었으나 북한이 15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담화로 남측 조사 결과를 반박한 이후 잇달아 올라왔다.


특히 북한이 담화에서 M-14 대인지뢰를 언급한 것을 계기로 이번 사건이 북한의 목함지뢰가 아니라 우리 군의 M-14 지뢰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돌고 있다.

1980년대 최전방 수색대에서 군 복무를 했다는 익명의 네티즌은 이번 사건이 "여름철 폭우 때마다 발생하던 전방 지역의 지뢰 휩쓸림 현상에 의한 통상적인 사고"라며 M-14 지뢰가 터졌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합동조사단이 사고 현장인 DMZ 추진철책 남쪽에서는 우리 군의 지뢰제거 작업이 끝나 아군의 지뢰가 유실됐을 가능성이 없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자신의 군 복무 경험을 근거로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국방위원회 정책국 담화에서 이번 사건을 남측의 '모략극'으로 몰아붙인 것을 계기로 SNS에서는 이번 사건이 '자작극'이라는 음모론까지 나온다.

익명의 네티즌은 이번 사건으로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해킹 의혹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모면했다며 "이번 사태로 누가 더 이득을 봤는지 생각하면 (누구의 소행인지) 답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담화 발표 이후 이 같은 주장들이 잇달아 나온 점을 고려하면 담화가 괴담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괴담을 유포하는 네티즌들은 북한의 주장에도 많은 허점이 있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국방위원회 정책국 담화는 합동조사단이 현장에서 수거한 구부러진 모양의 용수철과 공이의 사진을 공개했음에도 "폭발된 지뢰의 용수철이라면 적어도 부러졌거나 휘어들었어야 정상"이라며 "터진 용수철이 아무 일도 없은 듯이 생생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사실관계와도 맞지 않는 일방적인 주장을 펼친 것이다.

담화는 이번 사건이 M-14 지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제기해놓고는 "괴뢰들이 수거한 우리 군대의 지뢰들을 폭파 제거할 대신 고스란히 보관해뒀다가 여러 곳에 매몰해놓고 이런 모략극을 날조해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도 했다.

담화는 방어용 무기인 지뢰는 "자기측 방어구역에 설비하는 것이 초보적인 군사상식"이라며 북한군이 남측 지역에 지뢰를 매설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지뢰를 어디에 매설하느냐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공격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비켜간 주장에 불과하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당국의 발표에 대해 이론이 제기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북한의 일방적인 입장 발표를 계기로 근거 없는 괴담이 나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사실과 조리에 맞게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근거 없는 음모론을 유포하는 것은 북한이 의도하는 '남남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만큼 자제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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