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아베 담화에 대해 "우리로서는 아쉬움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일본과의 현실적인 외교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소극적 자세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익을 위해 일본과 협력이 필요하더라도 담화에 대해 '따끔하게' 평가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높다. 그리고 현실주의 외교를 통해 '투트랙 접근'을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일본과의 역사문제는 하루이틀에 끝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 담화에 대해 시민 단체는 물론 전직 외교관들조차도 실망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한다. 담화의 저류에 흐르는 내용과 전개방식, 아베총리의 철학, 역사관이 매우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반영한 요구한 4가지 키워드(식민지배, 침략, 사죄, 반성)를 두루뭉수리 반영한 것은 오히려 놀랍지 않다. 그러나 담화 도입부에 '러일전쟁'을 언급한 것은 한국 국민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진다. 도입부를 한국에 대한 '반발심'을 염두해고 시작한 것으로 관측된다.
아베는 "러일전쟁은 식민지 지배라는 것을 근거로 해서 많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웠다"고 했다. 동아시아에 있는 섬나라 일본이 1900년대 초 최강대국이었던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큰 용기를 줬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이다.
전직 외교관은 "'작은 나라' 일본이 '대국'을 이겨 변방의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에게 희망이 됐다는 것으로 오만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일본은 러일전쟁후 한국의 외교권과 경제주권을 빼앗았다. 식민정책을 오히려 정당화하는 노골적 논리비약이다.
또 담화에선 아베 정부와 본인의 '사죄'와 '사과'를 분명하게 회피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거 '전쟁의 길'로 일본이 잘못 나갔고 그 과정에서 많은 희생자에 대해 애통의 마음을 전한다고만 했다. 이와함께 역대 정부(무라야마,고이즈미 정부)의 사죄나 사과 입장은 (내가)바꾸지 않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담화를 관통하는 것은 (내가) 역대 정부의 사죄입장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내 입으로)직접 사과라는 말은 안하겠다. 따라서 다음 세대도 더이상 사과를 하도록 짐을 지워서는 안된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아베가 직접 말하는 사과와 사죄가 없는 셈이다.
윤미향 상임대표(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아베가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담화를 발표했지만 한국과 대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하나 없다"고 개탄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특히 사죄 부분이 너무 없고 앞으로 안하겠다는 것이 온당한 태도인지 아주 실망스런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일본 정부가 사과를 했지만 한일간 역사문제가 종료되지 않으면서 아베총리가 "왜 우리가(일본이) 힘이 없나? 매번 끝없이 사과해야 하나"라는 우익들의 반발심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아베 담화 뒤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의 8.15경축사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박대통령은 아베 담화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윤미향 대표는 "해방 70주년이 돼도 일본 눈치를 보고 미국 눈치를 보니까 제대로 할말을 하지 못하고 넘어간다'며 "기다리는 소극적 외교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전략적·지정학적 입장에서 일본과의 관계는 고려돼야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담화에 대해 평가할 것은 분명하게 짚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베 성명은 광복 50주년, 60주년, 70주년마다 일본의 책임있는 지도자의 입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아베나 그 주변인물의 관점을 명확히 알고 짚을 것은 짚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일본내에서도 상당수 양식있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 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