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문지훈 (시각장애 카운터 테너)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날 분은요. 노래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분입니다. 남자 성악가 중에 가장 높은 음역대를 소화하는 카운터 테너 문지훈 씹니다. 카운터 테너 문지훈 씨. 시각장애인으로 눈을 잃은 대신에 목소리로 세상과 만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직접 만나보죠. 문지훈 씨, 안녕하세요.
◆ 문지훈> 안녕하세요. 출근길에 뵙겠네요. (웃음)
◇ 박재홍> (웃음) 청취자 여러분께 간단히 인사 부탁드릴까요?
◆ 문지훈> 저는 카운터 테너 남자 소프라노 문지훈입니다. 나이는 90년생이고요. 올해 한국 나이로 26살입니다.
◇ 박재홍> 26살, 이게 포인트네요. (웃음) 굉장히 젊고 또 전도유망한 카운터 테너 문지훈 씨를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제가 시각장애가 있다, 이렇게 소개를 해 드렸는데요. 현재 그러면 시력이 어떤 상태신거죠?
◆ 문지훈> 제가 스무 살 때 원추각막이라는 희귀병으로 한쪽 시력을 잃고 아마 음악을 하지 않았으면 극복하기 힘들었을 정도로 힘들었을 거예요. 보이던 눈이 안 보이게 되어서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고요. 현재 시력은, 시력은 없고 시야만 어느 정도 확보되는 상황입니다.
◇ 박재홍> 제가 앞서 카운터 테너라고 설명을 해 드렸는데 카운터 테너가 뭔가요?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 문지훈> 남자 성악가들 보면 보통 음역대에 따라서 테너, 바리톤, 베이스로 나눠지는데. 카운터 테너라는 것은 여성의 음역대를 훈련을 통하여 소화하는 남성 성악가를 뜻합니다.
◇ 박재홍> 그러면 여성 음역대를 소화하는 남성 성악가면 저희들 영화 '파리넬리'를 봤을 때에 나오는 주인공의 모습이랑 같은 거죠?
◆ 문지훈> 카스트라토라고, 거세를 한 가수가 파리넬리에 나오는 주인공이고요. 저 같은 경우는 거세하지 않고 훈련을 통해서 여성의 음역대를 소화하는 카운터 테너라는 그런 현실의 파리넬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박재홍> 더 대단하신 거네요, 그러면. (웃음) 그러면 어릴 때부터 노래를 잘 하셔가지고 성악가 꿈을 이루신 겁니까?
◆ 문지훈> 원래 꿈은 축구선수였고요. 중학교 때 축구선수로 활동했었는데. 청천병력 같은 소식이 있었는데 더 이상 운동을 하면 걸을 수 없다는 얘기였고요.
◇ 박재홍> 그래요.
◆ 문지훈> 운동을 너무 밤새도록 한 게 화근이었죠. 재활훈련을 하다가 1년 정도 쉬었고, 학교에서 여자합창단을 접하게 됐는데 그때 이제 장난식으로 흉내내다가 선생님께서 그 노래를 듣고 제가 카운터 테너라고 하셔서 권유로 음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노래를 잘 하지는 않았어요.
◇ 박재홍> 그러면 중학교 때까지 축구선수였는데 부상 때문에 축구선수를 그만두게 되고 그러다가 합창단을 우연히 하게 되다가 여자 소프라노 흉내를 내면서 우연히 선생님 권유로 하게 된 거네요.
◆ 문지훈> 네, 맞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참 운명적이었습니다.
◆ 문지훈> 그러니까요. 정말로 다른 음악도 많은데 굳이 왜 이런 음악을 접하게 됐는지,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저도.
◇ 박재홍> 그렇게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성악의 세계에 들어왔다가 20살 때 대학도 가고 본격적으로 성악 전공을 할 시기에 시각장애가 찾아온 거 아닙니까?
◆ 문지훈> 네, 맞습니다.
◇ 박재홍>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 문지훈> 사실 저는 너무나도 패닉 상태였고요. 그런데 사실상 주변 사람들한테 말하지는 않았어요. 그게 제가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는 건 아무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았고. 뭔가 이것을 이겨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음악을 말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걱정을 많이 하셨지. 제가 이 소리를 내면서 성악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소리인가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 박재홍> 참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이, 좀 큰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뭐 이를테면 시각장애가 생겼기 때문에 악보 자체를 볼 수 없게 된 거 아닙니까?
◆ 문지훈> 네, 정말로 악보 보기는 정말로 힘들고요. 남들 악보 볼 때 일주일 정도면 습득한다고 하면 저는 한 달 넘게 걸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몇 배의 노력을 하시면서 또 오늘의...
◆ 문지훈> 그게 되게 불편한 거죠, 사실.
◇ 박재홍> 그러한 또 어려움을 극복하시고 굳건하게 카운터 테너로 서셨는데, 재능기부 공연도 많이 하신다면서요?
◆ 문지훈> 사실 제가 어려서부터 사회에 환원하고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나를 보고 희망이 됐으면 해서 그래서 시작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 문지훈> 네. 오는 8월 15일 광복 70주년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릴 국민대화합 합창공연에서 저희 연합합창단이 이승철 선배님과 노래를 부르게 됐습니다. '우리 만나는 날'이랑 '거위의 꿈', '사랑은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를 예정입니다.
◇ 박재홍> 그래요. 저도 그 공연을 한번 꼭 봐야겠네요. '거위의 꿈'도 노래하신다고 하셨는데 우리 문지훈 씨 앞으로 꿈이 뭡니까?
◆ 문지훈> 제 꿈은요. 제 목소리로 지금 가던 길을 계속 가고 도전하고 싶고요. 계속 제 소리를 내고 제 인생이란 삶의 무대에서 주인공으로 도전하며 음악적으로 더욱 성숙해져서 장르에 구분되지 않고 저만의 소리를 내는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 시각장애인들과 몸이 불편하신 분들, 소외계층 분들, 청년들에게도 긍정의 힘을 전달하고 싶고요. 제가 팝 칼럼리스트 김태훈 씨에게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숲으로 두 갈래 길이 있었고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고 하는 시 인데요. 글의 마지막에는 '그리고 그것이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라는 말씀을 해 주신 기억이 있습니다. 그 말대로 저는 그 꿈을 가져갈 생각입니다.
◇ 박재홍> 프로스트 시, '가지 않은 길'을 말씀하신 것 같은데. 전인미답의 길, 앞으로도 국민들의 많은 사랑 가운데 이어가시면 좋겠어요. 오늘 짧은 만남이었지만 너무 고맙습니다.
◆ 문지훈> 너무 감사합니다.
◇ 박재홍> 카운터 테너인 성악가 문지훈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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